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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렌즈로 세상보기] 비정규직 노동, 교회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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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과 실업이라는 큰 사회현안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는 가장 심각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2018년 통계를 보면, 한국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33%, 약 640만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다.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정규직보다 못한 처우로 상대적 박탈감을 얻는다는 점에서, 심지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 또 하나의 고통 받는 이웃이다.

가톨릭신문은 비정규직 문제를 마주하고, 어떻게 하면 교회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좌담을 마련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였지만 현재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영(가타리나) 전 비정규직 노동자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 집행위원으로부터 노동계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또 경영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하이트론씨스템즈 이우영(타대오) 부사장, 교회 입장을 전하기 위해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주형 신부가 함께 했다.


진행: 우세민 편집팀장
일시: 2019년 10월 18일 오후 2시
장소: 서울 중곡동 가톨릭신문사 서울본사


-우세민 편집팀장(이하 우 팀장) : 먼저 비정규직이란 무엇인지, 비정규 고용의 문제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김혜진 상임 집행위원(이하 김 위원) :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을 하려면 ‘고용의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 그리고 기간의 정함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죠.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고용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고용 형태들이 계속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보다 짧게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 계약기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임시직·계약직, 직접 고용하지 않고 중간에 파견이나 용역의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고용하는 간접고용, 고용계약이 아니라 위탁계약 형식인 특수고용, 이렇게 원칙에서 벗어난 고용 형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를 모두 합쳐 ‘비정규직’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한국의 노동법제 자체가 고용의 원칙대로 고용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는 권리에서 배제되는 거죠.

차별 문제도 심각합니다. 한국의 법은 노동자를 차별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차별하게 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도 실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노동자들이 고용 계약기간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니까, 불만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문제가 있어도 제기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죠.



-우 팀장 : ‘차별’이란 부분에서 특히 가슴이 많이 아픈데요. 이 가타리나 자매님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현실적 어려움을 느낀 체험담을 듣고 싶습니다.

▲이지영(가타리나) 전 비정규직 노동자(이하 이 가타리나씨) : 저는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저 자신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자회사 고용도 아니었고, 일 년마다 연봉협상을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도 의례적인 것으로 인식했죠. 근로계약서를 매년 쓰는 것이 다음 해에는 근로계약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상황임을 알았어야 했는데, 당연하게 매년 계약이 연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장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부당함을 느끼고 노동부에 문의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회사는 권고사직을 할 자유가 있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회사를 다닌다는 것도 어렵고, 당장 육아 문제가 있으니 회사와 다툴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이 잠재적인 비정규직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성의 비정규직 고용은 그 자체로 중요한 문제인데, 비교적 등한시되는 것 같아요. 남자는 부양할 가족이 있고 여자는 그렇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지요.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전업했고, 이 문제를 글로 쓰고 있습니다.



-우 팀장 : 여성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경영자를 나쁘게만 볼 수도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경영을 하는 사측 입장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우영(타대오) 부사장(이하 이 부사장) : 저는 25년 정도 근속을 하면서 현재 임원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는 150명 정도 일을 하고 있는데요. 각 구성원이 회사에서의 근무조건이나 급여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들었습니다. 학자금 지원도 평등하게 처리하고 있고요. 저희 회사에서는 아직 노동과 관련한 마찰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어떤 기업이든지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는 노동하는 환경 자체가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대접받고 있느냐, 얼마나 마음 편하게 일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느냐 하는 그런 부분에서 차별적 요소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각자 역할의 차이는 있겠지요. 회사 내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마음에 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급여를 얼마 받느냐도 중요한 문제이겠지만, ‘존중’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 사회가 노동환경에서 모범이 되는 기업을 발굴해 그 기업만의 자생적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고 확산시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 팀장 : 그저 사용자와 직원의 관계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신뢰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경영자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특히 존중이라는 말씀에서 와 닿았는데요. 이주형 신부님께서 가톨릭교회가 노동과 노동자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이주형 신부(이하 이 신부) :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회칙 「인간의 구원자」에는 노동문제가 사회문제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교회의 사목적 관심의 중심에는 더욱 시급한 노동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267항)면서 교회 공동체의 노동문제에 대한 깊은 사목적 관심을 이야기하고 그 방법도 밝히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확산되면서 큰 문제 중 하나는, 소외와 비인간화라고 하겠습니다. 이 사회가 건강한가를 진단할 때 노동문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비합리적인 것이 있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갖고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입니다.


-우 팀장 : 현실적으로 노동문제의 대안, 해결책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김 위원 : 조금 전 이 부사장님께서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고통 받는 이유는 끊임없이 자존감이 훼손당하는 것 때문이거든요. 내가 이곳에 소속돼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배척, 소외 같은 감정들이 임금이나 노동조건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그 곳에 소속된 사람으로서의 존중이나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사람을 위축시키고 두렵게 만드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또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제도화해야 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제도화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제도화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지켜질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지킬 수 있게 할까요? 노조를 만들 권리가 필요합니다. 노동권이 보편적 권리가 된다면 경영자와 노동자 측이 서로 대립적이지 않아도 됩니다. 서로 논의하면서 함께 풀어나가는 구조가 발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가타리나씨 : 제 주변의 30대 후반에서 40대 여성 노동자들은 아이의 유무와 관련 없이 암묵적으로 퇴사를 강요당한다고 합니다.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한 제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근무연수가 오래 되면 승진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임원 자리는 한정돼 있고, 임원 자리에 가장 먼저 오를 수 있는 권한은 남성들이 확률적으로 더 높잖아요.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승진 기회는 박탈당하고, 암묵적 압박으로 내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여건에서 삼십대 중반이 되면 퇴직을 준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할 법이 만약 제정된다 하더라도, 혜택을 과연 평범한 중소기업 직장여성들이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이 부사장 : 가정 안에서도 가족 구성원 각자의 생각이 다릅니다. 가정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할 때, 과연 법적으로만 해결이 가능할까요? 저는 대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려 없이 감시만 한다거나, 처벌이나 제한만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안에서의 여러 환경 자체를 다원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노동자가 무조건 사회적 약자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노동자들이 자신들 스스로 그 안에서 얼마나 존중을 하느냐의 문제도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스스로가 존재감을 키워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겨지고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IMF 이후 이 사회가 언제부턴가 자본의 가치가 노동의 가치를 넘어서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국가 차원에서 성장통이라고 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환경 자체를 어떻게 함께 개선하고 서로를 배려해 지금보다 나은 삶의 질을 회복시킬 수 있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사측과 노측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신부 : 대화를 하고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불안한 고용형태에서 더 우려되는 것은, 고용의 위험이 특별히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가되는 것입니다. 가령 여성,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이 있습니다. 사실 성숙한 사회라면 이분들이 훨씬 더 배려 받아야 하는데요. 오히려 더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노동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의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제 정책을 가지고 있는 사회는 윤리에 합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사회적 평화를 달성할 수도 없다”(288항)면서 고용이 불안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해고는 재앙”이라고 이야기하셨죠. 이처럼 문제해결을 위해 제도적 보완, 법적 보장, 정신과 가치의 회복, 대화 등이 함께 어우러져야겠지요.



-우 팀장 : 감사합니다. 이제 마무리하면서 못 다한 이야기 혹은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노동 환경 조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각자 생각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 : 평화로운 노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핵심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가 일회용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 변화가 있을 때, 기업의 변화가 필요할 때 그 사람을 어떻게 존중하며 함께 논의하고, 해결을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사람을 무척 쉽게 버리거든요. 노동 문제로 목소리를 높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너무나 가차 없이 버려지고, 존중 없이 버려지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인간선언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싸움이 길어지고, 단식을 하고, 고공농성을 하는 등 일들이 생기는 거죠.

그런 점에서 교회가 지금까지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 극단에서 소리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사회가 사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애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가타리나씨 : 사회적 제도 개선이나 인식 개선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미래를 보고 있어요. 교육의 중요성 말입니다. 차후 세대들에게는 어떻게 인간이 존중받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아이들이 커서 맞이할 사회는 변화돼야 할 텐데, 우리가 그런 인식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일학교 교사로 20년째 봉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주일학교 교리는 20년째 성경만 가르치고 있어요. 사회교리, 특히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치지 않는 것 같아요. 그저 봉사와 희생만 중요하게 여기도록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바뀌어야 교회 내에서도 인식개선이 이뤄질 수 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사장 : 노동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의 인식 속에는 오래 전부터 노동의 중요성과 인간존중에 대한 생각들이 근본적으로 잠재돼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본사회가 대두되면서 조금씩 사회적 합의도 자본을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노동의 문제에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차별이라고 하는,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왜곡된 부분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현장에서부터 노동의 본질을 바라보고, 노동하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며 차별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신부 : 지난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님께서 노동절 담화를 발표하셨는데요. 여기에서 주교님은 마태오복음서 20장에 등장하는 ‘선한 포도밭 주인 이야기’를 인용해 노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냉혹한 저울을 들이대는 오늘날의 노동 환경을 비판하셨습니다. 누구에게나 먹여 살릴 가족이 있다, 똑같이 돈을 줘야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새롭게 들렸습니다. 결국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특별히 약한 자를 더 돌볼 수 있도록 우리 그리스도인이 더욱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우 팀장 : 예전에 고공농성 현장에서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노동자들은 누군가에게 고용된 고용자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우리가 언제부턴가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고, 재물이 어느 순간 사람보다 더 위에서 위용을 누리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동자든 경영자든 모두가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서로 문제가 있으면 대화하고 존중하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리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10-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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