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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기후행동’ 200차 맞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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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많이 아파요’, ‘환경보호 실천해요’, ‘4월 총선, 기후 선거’.
2020년 4월 10일, 코로나19가 확산될 무렵 한국가톨릭기후행동(공동대표 조선형 나자레나 수녀·오현화 안젤라, 이하 가톨릭기후행동)의 금요기후행동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금요기후행동은 그저 종교단체의 환경운동 정도로 사람들에게 인식됐다.

그로부터 3년 9개월이 지났고 시선조차 머물지 못했던 피켓의 글자는 사람들 마음속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지구의 아픔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꿋꿋이 이어온 금요기후행동 200번의 걸음은 의미있는 방점을 남겼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선의를 가진 한 사람의 실천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선이 확산된다는 믿음

2월 2일 금요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화문역 교보빌딩 앞. 점심 식사를 위해 바쁘게 지나가는 직장인들 사이로 글씨가 적힌 조끼를 입고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화석연료 퇴출’,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탈석탄법 제정’. 피켓 속 단어들은 환경운동단체를 연상케 했지만 중간 중간 보이는 수도자들은 이들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있었다.

가톨릭기후행동의 200차 금요기후행동이 있던 이날은 막바지 한파로 온몸이 움츠러들었지만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이들의 열정은 언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3년 9개월 전, 5명으로 시작한 금요기후행동은 30명으로 확대됐다. 20대 청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다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지구를 지킨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고자 한자리에 섰다. 200차를 기념해 1회부터 함께해 온 이들의 발언을 듣고 곧이어 각자의 자리에서 피켓 행동을 시작했다.

환경을 위한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자리에 서 있는 작은 행동. 누군가는 못 본 척 지나치기도 하고, 누군가는 추위 속에 서 있는 이들을 걱정스레 쳐다보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30분의 짧은 행동이 지구환경을 당장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실천이 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이들이 200차 동안 멈추지 않고 거리로 나온 원동력이 됐다.

이날 금요기후행동에 참여한 임미정 수녀(살루스·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는 “지구의 변화를 위해 일상 안에서 작은 실천도 필요하지만 거시적인 변화를 위해 문제를 알리고 연대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라며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분들도 계셔서 우리의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더욱 굳건해졌다”고 말했다.

시민 유정민(28)씨는 “요즘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기고 있었는데 피켓에 적힌 내용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환경정책을 고려해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요기후행동의 시작

2018년 8월 어느 금요일 스웨덴의 15살 소녀는 학교가 아닌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소녀는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를 시작했고 이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환경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10대 환경운동가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선정된 그레타 툰베리의 이야기다.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 이후 금요일은 생태와 환경, 이웃을 생각하는 날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

가톨릭교회는 오래전부터 지구환경 보존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공동의 집인 지구는 하느님이 창조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환경을 위한 회개와 구체적인 실천을 독려했다. 그 무렵 세계가톨릭기후행동이 조직됐고 2020년 1월 20일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이 출범됐다. 국내 생태환경운동 활성화를 위한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의 노력 중 하나가 금요기후행동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서 착안해 2020년 4월 10일 금요일에 금요기후행동을 시작한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은 ‘지구를 살리자’라는 구호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은 광화문에서, 둘째 주 금요일에는 서울 강남 포스코 앞, 셋째 주 금요일에는 여의도 샛강역과 국회의사당역 사이에서 금요기후행동이 펼쳐졌다.
가톨릭기후행동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운영위원은 “금요기후행동은 대규모 시위도 거창한 행사도 아니지만, 현재와 미래 세대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 모든 이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이웃에 대한 호소”라고 말했다.


기도와 행동, 직접적인 변화 촉구

서울에서 시작된 금요기후행동은 대전과 세종, 천안 등으로 확산됐다. 특히 금요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례 시기와 시의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과 주제로 진행된 것이 특징이다.

성금요일에는 ‘기후+생태 십자가의 길’, ‘공동의 집과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거리 십자가의 길’ 등을 주제로 서울 광화문에서 주교좌명동대성당까지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함께하는 행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3월 열린 151차 금요기후행동에서는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촉구하는 구체적인 액션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날 열린 ‘찬미받으소서 사순 액션’에서는 석탄투자를 진행 중인 농협·신한·우리·국민·하나·기업은행을 각 처로 삼아 ▲피조물 ▲석탄발전소 건설 중지 ▲화석연료 산업투자 철회 ▲발전소의 노동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신공항 건설 반대 ▲탈석탄법 제정 ▲교회의 움직임 등에 지향을 두고 기도를 바쳤다.

금요기후행동은 환경문제뿐 아니라 세계평화, 노동자, 난민, 이주민 등 오늘날 주요 현안들을 묵상하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의 아픔과 연대해 함께하는 기도로 세상에 한 줄기 빛을 전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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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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