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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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국제청소년지원단 봉사 현장을 찾아서 (하)

귓가를 떠나지 않는 한 마디 말 '바이를라!(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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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품이 도착하기 전, 국제청소년지원단 봉사활동을 돕는 의료봉사단원.
 


# 난관에 부딪치다

  "이 약품은 갖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치료약인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이 의약품이 없으면 우리는 여기서 할 일이 없어요."
 7월 26일 몽골 울란바타르 징기스칸 국제공항 입국장.
 한국 의료봉사단과 공항 세관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세관 직원들이 한국에서 공수해 온 의약품 상자들의 반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세관 직원들은 "외국 의료봉사단체에서 들여온 의약품 중에서 싸구려 약과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 나와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약품 전체를 조사한 뒤에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의료봉사단의 의약품을 압류하다니,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에게서 총과 실탄을 빼앗는 격이다.
 의료진 19명을 이끌고 입국한 말구유나눔회 김용인(루카, 인제대 교수) 회장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가난한 몽골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이니, 가톨릭 의료봉사단체이니 하며 사정을 해도 막무가내다. 세관 직원들은 상자 몇 개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하고도 통관을 끝내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의료봉사단은 20개가 넘는 의약품 상자를 공항에 쌓아둔 채 다르항 돈보스코센터로 향해야 했다.   
 캄보디아와 파푸아뉴기니에 이어 세 번째 의료봉사에 참가한 김동연(25, 가톨릭대 의대 본과 4학년)씨는 "우리가 관광온 것도 아니고, 의약품이 없으면 무슨 수로 진료를 하나…"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 김용인 회장이 진료소 한켠에서 간단한 혹 제거 수술을 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약이 도착하다.

 금방 해결될 줄 알았던 의약품 통관 문제는 행정 당국의 업무처리 미숙으로 몇 번씩이나 보류됐다. 의료봉사단원들은 초조한 마음을 달래며 국제청소년지원단 봉사활동을 거들었다. 의료봉사를 하러 먼 곳까지 날아와 삽질을 하고 돌을 나르려니 도무지 흥이 안 나는 표정들이다.
 울란바타르에 남아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통관 심사를 재촉하던 이호열(다르항 돈보스코센터 청소년사목 담당) 신부와 김용인 회장이 31일 오후 극적으로 의약품 상자들을 싣고 도착했다. 단원들은 식량 상자를 받아든 무인도 표류자들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서둘러 진료소를 설치하고 의약품을 날랐다.
 이길환(라파엘, 내과 전문의) 교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죠. 밤을 새서라도 진료를 원하는 주민들은 다 치료할 계획이에요"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호열 신부는 "한국 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몇 주 전부터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연로한 환자를 부축하고 있는 노원재 간호사
 

#진료 시작

 아침 8시. 돈보스코센터 앞에 벌써 긴 줄이 늘어섰다. 다르항 마을 주민들부터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차를 타고 온 사람들까지. 또 젖먹이를 업고 온 엄마부터 노구를 이끌고 온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국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이들이 몰려왔다.
 봉사단원들은 돈보스코센터 지하에 마련된 진료소에서 진료ㆍ예진ㆍ약국ㆍ검사ㆍ처치팀으로 나뉘어 분주히 움직였다. 모두 초록색 수술복으로 갈아 입고 각 팀 위치에 앉아 분주하게 손을 놀렸다. 접수증을 받아온 주민이 한 명씩 진료소 안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예진팀에서 눈에 보이는 증상을 토대로 예진을 했다. 이어 전문의와 레지던트로 구성된 진료팀에서 세밀한 진료를 통해 약을 처방하거나 처치를 지시하는 순서로 진료는 빠르게 이뤄졌다.
 몽골은 양고기가 주식이다. 채소가 잘 자라지 않는 기후 탓에 육류 위주 식생활을 즐긴다. 이런 식습관으로 인한 고혈압과 심장질환 환자들이 많다. 아이들 중에는 게르(몽골 전통가옥) 한가운데 있는 난로에 화상을 입거나 잘 씻지 못해 피부병에 걸린 환자가 많다. 작은 종양제거 등 간단한 수술을 요하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바이를라(고맙습니다)!"
 약봉지를 받아든 아이들이 수줍게 인사를 건넬 때마다 봉사단원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늦은 밤까지 진료소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봉사단원들은 이틀 동안 무려 700여 명 주민들에게 `사랑의 인술`을 베풀었다.



가톨릭평화신문  200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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