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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종교] 당신들은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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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베이징 올림픽 리듬체조 한국대표 신수지 선수.
 
▲ 베이징 올림픽 리듬체조 한국대표 신수지 선수의 부모 신병욱, 문광해 부부는 본당 활동도 모범이다.
 
당신들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좋습니다. 그동안 흘린 땀에 존경을 표합니다.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열정에 감동합니다.
한계를 극복하며 몸이 부서져라 훈련하는 그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겸손히 패배를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는 세상을 이겨낸 현자(賢者)의 모습까지 엿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신수지 선수 부모 신병욱·문광해 부부

비인기 종목 설움 ‘기도·땀’으로 승화

넉넉치 않은 형편에 국가 지원 미미해 고충 겪어
“하느님 은총·섭리 없었다면 올림픽 출전 불가능”

똑같이 흘린 땀인데….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된 선수들이 있다. 비인기 종목이어서 그렇고, 메달을 따지 못해서 그렇다. 모든 땀에는 희망이 깃들어 있다. 희망을 위해 뛴 베이징 올림픽 영웅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신수지(아녜스·18·서울대교구 거여동본당) 선수. 박태환, 장미란의 이름은 알아도 ‘신수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베이징 올림픽 리듬체조 선수로 8월 21~23일까지 출전한다. 목표는 예선을 통과해 10명이 겨루는 결승 경기에 나서는 것.

물론 세계적 수준을 가진 선수들과는 격차가 있다. 하지만 신선수의 이번 베이징 올림픽 출전은 척박한 국내 리듬체조 환경에서 볼 때 그 자체로 기적으로 불린다.

한국은 리듬체조 분야에 지난 20년 동안 한번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88 서울올림픽 때도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획득한 것은 신선수가 처음인 셈이다.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가 없었다면 이번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신선수의 부모인 신병욱(알퐁소·53) 문광해(데레사·53)씨는 “그동안 딸과 함께해 주신 하느님 은총만 생각하면 저절로 감사기도가 나온다”고 말했다.

참으로 힘든 길이었다. 한국에서 최고 실력을 갖추면 자연히 올림픽에 나가는 것으로만 알았다. 세계 선수권대회 성적이 있어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지난해에야 알았다.

수영과 역도 등 인기 종목에는 국가의 지원이 있었지만, 리듬체조에는 그러한 지원을 바랄 수 없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자비를 털어 국제 대회를 다니며 성적을 쌓아야 했다. 말 못할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그 때 마다 신선수는 기도와 땀으로 역경을 이겨냈다.

땀은 정직했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낸 것. 신선수를 지켜본 러시아의 리듬체조 코치로부터 “넌 신이 내린 탈렌트를 지녔다. 이번 올림픽에선 세계 10권에 충분히 오를 수 있고, 다음 올림픽에서는 메달권도 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다.

러시아 코치는 “하느님을 믿느냐”고 했다. 신선수는 “가톨릭 신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코치는 “나도 하느님을 믿는다. 나는 재능있는 선수를 발굴해 가르치는 탈렌트를 받았다. 넌 기도만 해라. 가르치는 것은 내가 하겠다”고 제안해 왔다. 정작 한국이 아닌 국제 무대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선수는 ‘리듬체조계의 박태환’으로 불린다. 박태환 선수가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서 실격당한 후, 4년 만에 세계적 수영강자로 성장했듯이 신선수도 차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리듬체조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는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신선수는 베이징에 가기 앞서 부모에게 “묵주 기도하는 법을 다시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예쁜 묵주 하나를 들고 갔다. 3대째 이어오는 신앙. 유아세례를 받은 신선수는 초등학교 주일학교 시절부터 명랑한 성격으로 본당 신자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언니도 수년째 성당에서 미사 반주를 하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부단장인 아버지는 딸 덕분(?)에 본당 사목회에서 문화체육분과일을 하고 있고, 구역장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어머니도 소공동체 반장으로 활동한다.

신병욱, 문광해 부부는 8월 17일 주일 미사에 참석했다. 그리고 두 손 모으고 간절히 기도했다.

“다리가 골절되고 인대가 늘어나는 등 부상을 당할 때 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 밖에 없습니다. 딸이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고 생각하면 보람이 큽니다. 딸 때문에 국내 리듬체조계가 활성화 되고 비인기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합니다. 비록 관심을 끄는 종목도, 금메달을 바라보는 종목도 아니지만 그동안 흘린 수지의 땀이 작은 결실이라도 낼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주일 미사가 끝날 무렵 거여동 본당 김찬회 주임 신부가 신자들에게 말했다.

“이번 올림픽 리듬체조 부문에 본당 신자인 신수지 아녜스 선수가 출전합니다. 신선수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 메달은 못 땄지만 …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분전한 선수들

그대들의 땀과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펑펑 울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막을 순 없었다. 탁구 여자 단체전에서 일본 대표팀을 이긴 김경아 선수는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기도를 바치고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또 울었다. 세계 3위는 아름다웠다. 김 선수의 눈물은 동메달의 기쁨이 아닌, 그동안 흘린 땀의 기억이 더 컸을 것이다.

소외되던 종목들. 그리고 그 종목에서 분전한 선수들. 메달권에서 멀어 우리의 관심에서 사라진 그 곳에서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이 있다.

여자 역도의 임정화 선수는 9일 오전 여자 48kg 경기에서 대만의 천 웨이링(26)과 같은 합계 196kg을 들며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몸무게 510g이 더 나가 동메달을 얻지 못하며 4위에 머물렀다. 남자 역도의 지훈민 선수도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 69kg 남자 역도의 이배영 선수가 발목 부상과 근육 경련으로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고, 울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조정의 신영은 선수는 11일 조정 싱글스컬 8강에 진출하여 3조 6위로 24명 중 19위로 힘겹게 준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신선수의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는 단 한곳도 없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테니스 이형택 선수도 성적이 메달권에서 멀다는 이유로 은퇴 경기가 방송되지 않았다.

복싱, 요트, 승마 등은 말할 것도 없었다. 12일 복싱의 이옥성 선수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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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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