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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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자살자와 그 가족 포용해야

한일주교교류모임, 주제발표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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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양국 주교들이 16일부터 사흘간 청주에서 `자살`을 주제로 열린 제16회 한일주교교류모임에서 두 나라 공통적 사회문제인 자살자 급증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사목적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일본의 고다 가즈오(도쿄대교구 보좌) 주교는 한국교회보다 앞서 자살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온 일본교회 경험을 자세히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고다 주교는 특히 자살의 사회적 책임을 제기하며 "교회는 자살자와 그 가족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자살자가 연간 3만 명, 한국은 연간 1만5000명에 달한다. 다음은 주제 발표 요약.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자살에 관한 일본교회의 사목적 대응-고다 가즈오 주교(도쿄대교구 보좌, 카리타스 재팬 담당)

 일본에서는 거품경제 붕괴 후유증으로 1998년부터 자살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10년 넘게 연간 3만 명이 자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장년 남성의 첫 번째 자살 원인이 경제적 이유다.

 일본은 그때부터 자살(自殺) 대신 `자사(自死)`라는 용어를 자주 쓰고 있다. 자살은 당사자를 책망하는 듯 하다. 자사는 사회에 존재하는 폭력과 학대, 빈곤과 고통, 고독의 비극적 결과이다. 따라서 자사자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내몰린 사람`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자사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이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을 미화해서는 안 된다.

 일본 주교단은 2001년 「생명을 향한 시선」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수정ㆍ출산에서부터 노병사(老病死)에 이르는 모든 국면에서 생명존중을 호소한 바 있다. 아울러 자사에 대해 차갑게 심판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차별을 조장해 온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필요로 하는 고인과 아울러 위로와 격려를 필요로 하는 유족들에 대해 마음을 다해 장례미사와 기도를 드리자고 교회 공동체에 호소했다.

 일본교회는 카리타스 재팬(Caritas Japan) 산하 계발부회(啓發部會)를 주축으로 자사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모금운동을 통해 자사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을 지원하며 자사예방 활동을 한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최근 조금씩이나마 자사유족(自死遺族) 모임과 자사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많은 본당에서 자사한 사람의 장례가 자연스럽게 행해지게 됐다. 신자들 의식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계발부회는 일본교회 전체를 향해 다음 사항을 요청하고 싶다.

 -금기를 뛰어넘어 교회 안에서 자사문제를 이야기하자. 자사자 장례를 거행함으로써 유족의 고통을 받아들이자.
 -교회는 자사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의 고뇌와 고통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
 -상담 창구를 열어 그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회에서 상담을 하더라도 "죽어서는 안 됩니다"하는 설교밖에 들을 수 없다면 누가 찾아오겠는가? 우리는 그들의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사유족이 고통과 슬픔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을 교회에서 제공하자. 자사자나 유족이 가톨릭 신자일 경우, 죄의식과 편견 때문에 더 고통스러워함으로 교회 안에 유족회가 필요하다.
 

 ▨한국의 자살 현황과 우리의 과제-홍강의(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자살예방협회이사장)

 통계청 보고에 의하면, 2009년도에 매일 우리 국민 42명(연간 1만54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놀라운 사실은 자살이 우리 국민의 네 번째 사망원인으로 부상했고 우리나라 자살률(31/10만 명)이 OECD 국가 중 최상위에 속한다는 점이다. 지난 10~20년간 자살률 증가추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자살 원인을 단 하나의 사건이나 요인에서 찾기란 불가능하다. 자살은 다양한 원인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0여 년간 IMF 금융위기 이후 뚜렷한 주요 사건이 없었다. IMF 위기는 우리나라답게 빨리 잘 극복했고 이로 인해 증가했던 자살률도 곧바로 떨어졌다. 그러나 자살률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떨어질 것인지, 얼마나 계속 증가할 것인가 의문만 남는다.

 우리사회는 지난 40~50년간 서양사회가 300여 년에 걸쳐 이룩한 근대화를 따라잡았을 뿐 아니라 고도 정보기술사회로 앞서나가면서 기적적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루었다. 이는 세계가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성공사례다. 그런데도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속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우리가 일궈낸 성공신화가 자살률의 급격한 상승 원인이 됐다.

 초고속 압축 성장에 수반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를 초래했다.

 △가치관 변화와 혼돈 △과중한 스트레스 △정서적 지지망 약화(핵가족화와 이혼 증가) △자아 강건성 약화(양육의 위기와 혼돈) △생명존중사상 약화와 생명경시 풍조 △고령화(준비 없는 새 세대) △여성 자살 증가 △대중매체와 최첨단 정보화 영향 △정신질환의 증가 등이 그것이다.

 최근의 자살률 급등은 우리사회의 심각한 사회병리를 방증하고 있다. 온 국민의 각성과 철저한 원인 규명이 심리적, 사회학적, 종교 철학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종교계가 자살예방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어떤 종교든 생명 존엄성과 고귀함을 강조하고 자살은 자연법을 거스르는 행위 내지 죄악으로 본다. 따라서 독실한 종교인은 자살 가능성이 낮다.

 종교계는 생명 존엄성과 자살 불가론은 물론 죽음의 의미, 사후 세계의 존재와 생의 연속성 등에 대한 설교 및 토론회, 교육 등을 통해 직간접으로 자살예방의 전방위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신앙은 사람들이 고통과 역경을 견디어낼 힘을 준다. 교회와 사찰은 이에 필요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담서비스를 통해 대인갈등과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 특히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돕는 일은 교회나 사찰이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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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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