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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악마

[월간 꿈 CUM] 삶의 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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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플로리스(Frans Floris de Vriendt, 1519~1570)의 최후의 심판(The last judgment), 1565,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어느 날 악마들이 함께 모여 긴급 총회를 열었습니다. 긴급 총회의 주제는 이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을 빨리 멸망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한 젊은 악마가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옛날 소돔과 고모라처럼 성적인 타락을 위해 음란 영상물을 더욱 보급시킵시다. 그래서 특히 청소년들을 성적으로 타락시키는 겁니다.”

이 말을 듣고 악마들이 “옳소! 옳소!” 하면서 찬성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한 늙은 악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제 생각에는 무엇보다도 술과 노름으로 이 세상을 타락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서로 무절제한 생활을 하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세상은 빠르게 타락할 것이고 곧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의견에도 많은 악마들이 박수를 치면서 찬성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의견을 조용히 듣고 있던 한 교활한 악마는 무릎을 탁 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 됩니다! 앞서 말한 두 악마의 의견은 너무나 어리석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인간들로 하여금 자신의 죄를 뉘우치려는 회개하는 마음을 자꾸 미루도록 하고, 아울러 하느님의 심판이 곧 들이닥치지 않으리라는 마음의 여유를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아직은 괜찮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면 세상은 스스로 더욱 빨리 멸망될 것입니다!”

결국 악마들의 긴급 총회는 마지막에 발언한 교활한 악마의 의견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악마의 유혹을 받습니다. 그러나 악마에게 아무리 힘이 있다 해도, 우리를 강제로 죄에 빠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악마는 인간을 죄악으로 유혹할 수는 있어도 그러한 유혹을 거부하는 사람을 강제로 범죄하도록 하지는 못합니다.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에는 의지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죄를 범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유혹이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유혹에 빠지느냐 빠지지 않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많은 분이 악마를 초인간적인 힘을 가진 무서운 존재로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악마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악마는 추악하고 괴이한 모습으로, 무서운 형상으로만 우리에게 접근해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 예를 들어 쾌락과 물질과 권력과 명예를 통해서 쉽게 접근해 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미사에 참석하는 것보다 자신이 즐기는 취미나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기거나, 미사에 참석했어도 하느님의 말씀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다른 것에 마음이 온통 빼앗겨 있다면 이는 분명히 악마의 유혹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악마는 얄밉게도 이러한 것들을 통해 우리와 하느님 사이를 서서히 갈라놓습니다. 그리고 악마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아직은 괜찮아”, “그 정도는 아무 문제 없어”, “남들도 다 그렇게 하잖아” 하는 마음의 여유를 자꾸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결국 하느님의 은총을 끝없이 거부하도록 합니다.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하는 것은 우리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악마의 유혹을 받을 때마다 하느님께 간절히 도움을 청하며 매달려야 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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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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