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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32> 하느님은 왜 모세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했을까?

모든 것 버리고 주님의 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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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는 떨기나무 앞의 모세`(도메니코 페티 작, 1614년).
 
 
  "모세는 미디안의 사제인 장인 이트로의 양 떼를 치고 있었다. 그는 양 떼를 몰고 광야를 지나 하느님의 산 호렙으로 갔다. 주님의 천사가 떨기나무 한가운데로부터 솟아오르는 불꽃 속에서 그에게 나타났다. 그가 보니 떨기가 불에 타는데도, 그 떨기는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 모세는 `내가 가서 이 놀라운 광경을 보아야겠다. 저 떨기가 왜 타 버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모세가 보러 오는 것을 주님께서 보시고, 떨기 한가운데에서 `모세야, 모세야!` 하고 그를 부르셨다. 그가 `예,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탈출 3,1-5).

 이 성경 대목은 많은 글과 성화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하느님은 왜 모세를 부르신 후 신발을 벗으라고 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발을 더러운 것으로 생각해 집 안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벗는다. 오늘날에도 이슬람 교인들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사원에 들어가 꿇고 엎드려 기도한다. 이처럼 거룩한 장소에 들어갈 때 신을 벗는 것은 마땅한 예의이자 존경의 표시가 된다. 특별히 이슬람 교인들의 맨발은 완전한 헌신과 순종을 의미한다.

 또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그동안 익힌 인간의 관습과 생각을 버린다는 내적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따라서 신을 벗는다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거룩한 장소에 들어갈 때 속세와의 접촉을 끊고 복종과 존경의 마음으로 들어가고 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죄인인 인간은 당연히 신발을 벗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 앞에 예의를 갖추고 서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신발을 벗어 맨발을 드러내는 것은 신성한 것에 대한 겸손과 존중의 의미를 갖는다.

 성경에서 보면 신발을 벗는 행위가 법적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었다. "옛날 이스라엘에는 구원하거나 교환할 때, 무슨 일이든 확정 짓기 위하여 자기 신을 벗어서 상대편에게 주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이스라엘에서는 증거로 통하였다"(룻 4,7). 이처럼 같은 행위와 물건이 같은 문화권에서도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보통 사람들이 신발을 신는 것은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근동지방에서 신발을 신는 것은 특별한 임무나 여행을 위한 준비를 의미하거나(마르 6,9) 그 사람이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임을 의미하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신발을 신는 것은 자유민의 특권이었다. 포로와 노예는 맨발로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는 것은 현재의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의 종이 되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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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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