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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33> 이스라엘 사람들은 왜 번제물 위에 소금을 뿌렸을까?

하느님과의 영원한 계약 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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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소금은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인류 역사에서 소금을 얻으려는 노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뤄졌다. 선사시대에는 소금이 산출되는 해안, 염호나 암염이 있는 장소가 교역의 중심이 됐으며, 산간에 사는 수렵민이나 내륙의 농경민들은 그들이 잡은 짐승이나 농산물을 소금과 교환하기 위해 소금 산지에 모였다. 그 결과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소금을 얻으려는 교역로가 발달했으며, 지금까지 소금을 만드는 집을 뜻하는 독일어의 할레(Halle), 할슈타트(Hallstatt)나 영어의 위치(-wich)가 붙은 드로이트위치(Droitwich), 낸트위치(Nantwich) 등이 지명으로 남아있다.


 
▲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제물은 하느님께서 드시는 일종의 음식으로 간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 제물에 소금을 뿌렸다.
그림은 `노아의 희생 제물`(제임스 티소 작, 19세기).
 
 소금은 인류 역사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시체를 소금물에 담갔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토지를 비옥하게 하려고 소금을 비료로 사용했다. 또 인간 생활에 중요한 소금을 신에게 바쳤으며 신에게 바치는 짐승의 고기는 짜게 했다. 고대인들은 소금에 물건의 부패를 방지하고 불변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여겨 우정과 성실, 맹세의 상징으로 삼았다.
 성경에서도 `소금 계약`은 영원한 계약을 의미한다. "너희가 곡식 제물로 바치는 모든 예물에는 소금을 쳐야 한다. 너희가 바치는 곡식 제물에 너희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소금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너희의 모든 예물과 함께 소금도 바쳐야 한다"(레위 2,13). 제물에 소금을 치는 것은 하느님과 맺은 영원한 계약을 상기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늘의 하느님께 바치는 번제에 필요한 황소와 숫양과 어린 양, 그리고 밀과 소금과 포도주와 기름 등 예루살렘 사제들이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날마다 틀림없이 대어 주어라"(에즈 6,9). 성경시대 소금은 생활 필수품의 하나로 포도주, 밀, 기름과 함께 열거되고 있다. 그래서 성경은 소금이 음식의 양념(욥 6,6), 물건이 부패하는 것을 막는 용도(탈출 30,35) 등 생활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기록한다.
 재밌는 것은 이스라엘 율법에 따르면 불에 태워 바치는 번제물 위에도 소금을 뿌려야 했다. "네가 그것들을 주님 앞에 바치면, 사제들은 그 위에 소금을 뿌리고 주님에게 번제물로 바쳐야 한다"(에제 43,24). 인간은 아주 옛날부터 신(神)에게 제물을 바쳐왔는데, 이들은 제물을 신이나 하느님께서 드시는 일종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식은 간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 간이 없는 음식은 신에게 바칠 수 없다고 여겼다(욥 6,6 참조). 곡식 역시 소금이 들지 않으면 제물로 바칠 수 없었다(레위 3,13).
 또 하느님 앞에 피워 올리는 향료도 소금을 쳐서 만들었다. "너는 향 제조사가 하듯이, 이것들을 잘 섞고 소금을 쳐서 깨끗하고 거룩한 것을 만들어라"(탈출 30,35).
 소금을 전례 예식에 쓰는 것은 단순히 예물과 제물의 맛을 돋우려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소금이 음식의 간을 맞추고 음식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정화 기능도 지녔다고 여겼다. 더 나아가 강화(强化)하는 힘을 지녔다고 여겨 아기가 태어나면 탯줄을 자른 후 물로 몸을 씻고 소금으로 문질러줬다고 한다(에제 16,4).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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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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