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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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속 세계 공의회 2부] 8. 공의회 이후 변화 (4)

세상 향해 화해와 대화의 손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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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세계와 전 인류 가족과 긴밀히 결합해 있음을 고백했다.
사진은 공의회 도중인 1965년 10월 4일 유엔 총회에서 세계 평화의 증진을 역설하고 있는 교화 바오로 6세.
 
 
▨교회와 세상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변화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또 한 분야는 교회와 세상의 관계 혹은 세상에 대한 교회의 이해입니다.

 4개 헌장과 9개 교령, 3개 선언으로 이뤄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은 공의회 이후를 살고 있는 교회와 신자 생활의 기본 지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교회와 세상의 관계에 대해 특별히 다루고 있는 문헌은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입니다. 사목헌장의 첫 대목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참으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든 신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가 인간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는 인류와 인류 역사에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체험한다"(1항).

 공의회 문헌 가운데서 말 그대로 `심금을 울리는` 대목으로 꼽히는 사목헌장의 이 대목은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결부돼 있는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의회 이전에 교회는 세상을 이런 시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공의회 이전에 교회가 세상을 바라보는 일반적 시각은 이원론에 가까웠습니다. 이원론이란 한 마디로 세상이 영과 육, 성과 속, 정신과 물질, 선과 악의 대립 구조로 진행된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물론 교회가 이원론을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교회는 이런 이원론을 언제나 단호히 배격했습니다.

 하지만 교회와 신자들의 실제 삶에는 이원론적 경향이 적잖게 배 있었습니다. 교회 일을 하는 성직자나 세속을 떠난 수도자에 비해 세속에 파묻혀 사는 평신도는 열등하다는 생각, 성을 속되다고 보고 독신이나 동정 생활을 결혼 생활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생각, 현세 삶은 귀양살이에 불과하기에 내세만을 본향으로 여겨 그리워하는 생각 등이 바로 이원론적 경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영혼의 세 가지 원수 곧 삼구(三仇)로, 마귀와 세속과 육신을 들면서 마귀만 아니라 세속과 육신까지도 멀리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성과 속, 영혼과 육신을 대립 구조로 이해하는 이원론적 사고에서 나온 것입니다.

 반면에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구원의 방주로서 언제나 거룩하고 성스러운 존재, 천상 세계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교회가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보는 눈은 다소 비하적이고 경멸적이었습니다. 나아가 세속의 그릇된(?) 사조들이 교회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교회는 오류표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런 이원론적 경향에는 세상을 불변적이며 정적으로 이해하는 세계ㆍ역사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현세를 귀양살이로 여기고, 내세의 천국만을 그리워하는 것을 당연시 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와 역사의 변화와 발전을 인정하지 않고 세상을 고정된 실재로만 여기는 정서와 무관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계기로 교회는 이런 세계관에서 벗어납니다. 바깥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그리스도 제자 공동체의 순수함과 거룩함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세상과 대화하며 세상과 화해합니다. 교회는 단지 세상을 위해 혹은 세상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또한 세상 안에서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한 마디로 전 인류 가족과 함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교회는 자신이 하느님에게서 비롯하는 신적 기원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거룩하지만, 또한 나약한 인간들로 이뤄진 공동체라는 것도 새롭게 인식합니다. 교회는 세상과 분리돼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 안에서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세상 사람들과 긴밀하게 결합해 있습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목헌장 첫 대목에 나오는 저 가슴뭉클한 메시지를 세상에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세상은, 사람들이 몸을 부비며 살아가는 삶의 현장인 세속은 더 이상 속되고 불결한 영역이 아닙니다. 세상과 세상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았다` 하신 하느님의 작품입니다(히브 1,10 참조). 특히 인간은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가장 존엄한 존재입니다. 비록 인간이 죄를 지어 하느님의 빛을 잃었지만 하느님의 아들 성자 그리스도께서 오시어 인류와 세상을 다시 하느님과 화해시키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시어 사람들 가운데 사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인 교회도 이제 세상에 파견돼 세상 가운데서 살아갑니다. 교회는 이제 세상 사람들을 향해 구원의 방주인 교회 안에서 안전하게 신앙생활을 하라고 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회는 세상 안에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자신 안에 숨겨진 보화를 찾으라고, 하느님 모습대로 창조된 고귀하고 존엄한 인간 모습을 되찾아 함께 기쁨을 누리자고 초대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하신 그 창조 질서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삶의 자리를 하느님 보시기에 좋도록 개선해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초대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교회는 또한 세상으로부터도 도움을 얻습니다. 공의회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교회를 역사의 사회적 실재로 또 그 누룩으로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듯이, 바로 교회도 인류의 역사와 발전에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모르지 않는다.…〔중략〕…교회는 그 공동체 안에서는 물론, 각각의 자기 자녀들 안에서 온갖 계층이나 신분의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깨닫고 있다. 가정, 문화, 경제, 사회, 정치의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인간 공동체를 향상시키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교회 공동체에…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사목헌장 44항).

 이러한 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인해 달라진 모습입니다. 역사는 고정된 실재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에서 영과 육, 정신과 물질, 성과 속은 서로를 보완하면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갑니다. 보시니 참 좋았다고 할 때까지 말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교회가 바라보는 세계관, 역사관은 사목헌장의 다음 구절이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

 "인류 역사의 무대인 이 세계에는 인간의 노력과 실패와 승리가 새겨져 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계가 창조주의 사랑으로 창조되고 보존된다고 믿는다. 죄의 노예 상태에 떨어졌으나, 십자가에



가톨릭평화신문  201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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