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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53) 고등어 맛있게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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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 신부님이 며칠 전 제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 신부님이 갓 사제가 된 후 어느 본당의 주일 저녁미사를 도와주러 간 적이 있었답니다. 미사가 끝난 후 그 본당 자매님이 지하철역까지 태워주더니 이런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주더랍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한 지 20년이 좀 지났는데 그중에 잊지 못할 경험을 하나 들려 드릴게요. 사실 저희 남편은 결혼 전부터 자반고등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라 신혼 때는 퇴근 시간에 맞춰 자반고등어를 거의 매일 구워 식탁에 올려놓았어요. 당시 남편은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세월이 좀 흘러 남편이 직장일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곤 했는데, 그 시절에는 휴대전화가 없어 연락 없이 늦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도 퇴근 시간에 맞춰 고등어구이를 준비했다가도 남편이 늦게 들어오겠다 싶으면, 알아서 다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남편이 오면 다시 굽곤 했지요.

그런데 어느 때부터 남편이 그 좋아하던 자반고등어를 잘 안 먹거나 아예 손도 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하루는 물었지요. ‘여보, 요즘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자반고등어구이를 잘 안 먹는데 입맛이 변했어? 아니면 다른 거라도 준비할까?’ 그러자 남편은 ‘아냐, 나는 자반고등어가 아주 좋아. 그런데 요즘 자반고등어구이를 먹다 보면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좀 비릿한 것 같아서 그냥 손이 잘 안 가게 되더라고!’

그 말을 들은 후 몇 번을 생각해 봤어요. 시장에서 늘 싱싱한 고등어를 사다가 잘 손질한 후, 적당한 소금에 양념해 고소하고 노릇노릇 잘 구워 식탁에 올려놓았는데 요즘은 왜 맛이 비려졌을까!

그런데 알고 보니 해답은 간단했어요. 한 번 구운 후, 식어 버린 것을 또다시 기름에 구웠던 거, 바로 그거였어요. 예전에는 자반고등어를 바로 구웠기에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났는데 늦은 남편 식사 준비를 하다가 식어버린 것을 다시 구웠더니 결국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났던 거예요.

그래서 알았어요. 사랑도 처음의 그 신선하고 싱싱한 감정과 느낌을 잘 유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에요. 아무리 싱싱한 고등어도 식은 후 다시 구우면 그 맛이 나지 않을뿐더러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어떤 관계든지 차갑게 식어버린 후 뭔가를 시작할 때는 식어버린 감정 속에 있는 비릿한 그 느낌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답니다. 신부님, 지금 사제 되신 이 첫 마음, 첫 사랑, 첫 느낌, 첫 감정들을 앞으로도 잘 간직하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그 마음 잘 유지하며 살아간다면 신부님 삶도 하느님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사시겠지만, 일상에서 신부님을 만나는 주변 모든 분들은 신부님을 통해 담백하고 고소한 신앙의 맛을 느끼며 살아갈 거예요.”

자반고등어구이는 처음 구워 나올 때맛이 제맛이라 합니다. 그것처럼 신부님의 지금 하느님에 대한 사랑, 부부들의 배우자에 대한 사랑. 뭐, 이런 사랑의 관계들 모두 처음 느낌, 그 마음의 온도를 잘 유지하며 살아간다면 그 맛이 참 담백하고 고소할 것 같네요. 우리, 그 열정이 식지 않도록 그 사랑의 온도를 앞으로도 잘 유지하며 살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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