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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68) 툭하면 하느님 탓! (1) 몇 시간 동안 헤맨 단 5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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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외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한인 교포들의 요청으로 전국에 있는 순교사적지 순례 동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총 아홉 분이 오셨는데 그중 한국에 20년, 30년 만에 오신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건강 때문에 마지막 한국행이 될지 몰라 한국의 순교사적지를 꼭 방문하고 싶어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작년에 영세를 받으신 분도 계셨고, 몸이 불편하셔서 걷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이던 분도 있었으며, 연세가 83세인 분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조카가 한국의 어느 교구 신부님이고, 어떤 분은 자제분이 그 나라 현지인을 사목 하는 신부님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분들이 몇 달 전 자신들과 함께 순교사적지를 순례해줄 수 있겠느냐고 문의하셨던 것입니다.

‘순교 영성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저로서는 그분들의 여러 가지 상황과 간절한 바람에 거절이 쉽지 않아, 마침내 10박11일의 전국 순교사적지 순례를 함께했습니다. 좋은 마음, 지향을 갖고 시작한 순례라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하는 순례가 될 것을 확신하면서 기도가 중심이 되는 순례를 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순례길을 잘 찾아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여정이었고, 세부 준비들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여행사 직원도 아닌지라 차량을 빌리는 것뿐 아니라 혼자 순례 프로그램 및 숙소들을 일일이 예약하는데 진땀을 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꼭 가고 싶은 순례 여정 가운데 지방의 산속 교우촌 관련 순례지가 있는데, 감사하게도 때마침 그곳에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가 마련돼 있어 즉시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예약해뒀습니다.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하루를 마치는 순례라서 그랬는지 그분들과 저의 마음이 열리면서 불편해 보이던 것들이 순례 여정에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그렇게 여정의 나날은 지나가고, 어느덧 지방 산속 교우촌 관련 순례지와 숙소를 찾아 들어가야 하는 날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일정에 좀 무리가 있었는지 시간이 많이 지체됐습니다. 그래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그 지역으로 들어갔는데 11월의 산속이라 해는 이미 떨어졌고 불빛이 희미한 시골길. 그 순례지가 초행길이 아니었지만 그곳 숙소 이용은 처음이라 더듬거리며 찾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날은 쉬는 날이라 다른 곳에 계신 숙소 담당자와 연락을 해 숙소를 찾아가는 경로를 확인했고, 숙소가 있는 마을 초입에는 숙소를 찾아가는 안내판이 있어 또 다시 확인했습니다. 승합차를 몰고 숙소를 찾아가는데 그 다음 날 아침에 봤더니 가는 길이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자그마한 길옆, 자칫하면 개울로 빠질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길이 있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하느님, 저희를 도우소서’하며 길을 가까스로 벗어나 계속 가는데 산길이 나오고, 자꾸만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가보니 길이 없는 듯 보였고, 순간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왔던 길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5분이면 가는 길을 몇 시간 동안 길을 잃고 헤매게 됐습니다. ‘하느님, 좋은 마음으로 순례하는 우리에게 왜 이런 시련을...’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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