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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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70) 어떤 마음으로 강론을 준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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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면 동네 산책을 하다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신부님 사제관에 무작정 놀러 가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신부님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무언가를 열심히 쓰십니다. 그렇습니다. 신부님은 강론 준비를 합니다.

사제관에 들어가면서 “신부님, 또 강론 준비하고 계셔요?” 하고 물으면 “아, 잘 안 돼. 안 써져.” 하며 한숨만 쉽니다.

하지만 미사가 끝나고 그 본당 신자들은 본당 신부님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강론에 행복을 느끼고 돌아갑니다.

“신부님 강론을 들으면 신자들이 무척 감동 한대요.” 하고 말하면 “에이, 그렇다면 그건 잘못된 거야. 미사 때 사제의 강론만 감동과 여운으로 남으면 안 되지. 미사 자체가 감동이고 성찬례 자체가 기쁨과 행복인데. 미사 후에 신자들이 내 강론 내용만 기억한다면, 그건 내가 인기에 영합해서 신자들 귀에만 달콤한 말을 해서 그런 것 일 거야. 그건 아니지.” 라고 하십니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사시는 그 신부님에게 “신부님 강론은 신부님의 삶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내용을 복음에 적용하니까 신자들이 당연히 좋아하죠.”하고 응원의 한마디를 해 드리자 그 신부님은 방그레 웃으며 “나야 늘 노력은 하지.” 하며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는 ‘강론 준비’에 대한 마음가짐을 들려주었습니다.

“사실 주일 강론과 평일 강론은 준비할 때부터 마음이 좀 달라. 왜냐하면, 주일 강론을 준비할 때면 독서 및 복음 내용을 묵상하면서 주로 성경 해석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성서 주석학 책들도 찾아보면서 세심히 준비를 하게 돼. 주일 강론의 대상은 교중미사에 오는 본당 교우 분들인데, 그분들이 지금 내게 너무 소중한 분들이라 마치 손님을 정성스럽게 맞이하는 그런 마음으로 강론을 준비해. 그러기에 부담이 되기도 해.

그런데 평일 강론을 준비할 때는 마음이 또 달라져. 평일 미사에 오는 교우 분들은 귀한 손님보다는 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중한 가족 말이야. 그러다보니 평일 미사 강론 내용은 좀 더 솔직한 내용을 편안한 마음으로 하게 돼. 가족들에게 지나치게 정성을 다하면 거리감이 들잖아. 그래서 평일 강론은 그날 복음을 통해 내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그런 마음에서 준비하니 마음이 즐겁고 그래. 주일은 주일이라서 귀한 손님맞이 하듯 정성스럽게 강론 준비를 하고, 평일은 내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서 솔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강론을 준비하고. 우리 신자들 모두와 좋은 마음을 나누게 되고, 신자들 역시 내 마음을 서서히 아는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주일뿐 아니라 평일 미사에도 신자들이 점점 더 많이 미사를 참례하러 오시는 것 같더라. 아무튼 우리 본당 신자들이 나의 부족하고 철없는 강론을 통해 미사 안에서 예수, 그분을 잘 만났으면 좋겠어. 그게 내 바람이야!”

차 한 잔을 마시고 ‘강론 잘 준비하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 길에 성당에서 묵상하는 교우들을 보게 됐습니다. 그 분들은 좋은 본당 신부님의 좋은 강론을 통해 언제나 더 좋으신 우리 주님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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