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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72) 고백성사 보속이 보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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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본당 신부님과 식사를 하던 중 판공에 대한 에피소드로 한참 웃은 적이 있습니다.

“강 신부, 예전에 할머니 두 분이 판공성사 후 나에게 찾아온 적이 있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거야. ‘신부님, 똑같은 죄를 고백했는데도 신부님들의 보속이 달라도 그렇게 다를 수 있습니까?’

나는 갑자기 무슨 말인가 했어. 똑같은 죄와 다른 보속이라, 그래서 물었지. ‘어르신, 똑같은 죄와 다른 보속이 무슨 말씀인지요?’

그러자 한 분이 나서서 말씀하시는 거야. ‘신부님, 우리 두 사람은 잠자는 집만 다르지, 거의 매일 만나요. 어디를 가도 같이 가고, 밥을 먹어도 같이 먹고, 누구 험담을 해도 같이 하고 그랬지요. 그런데 며칠 전 같은 날 고백성사를 봤어요. 줄이 두 군데 있기에 따로 고백성사를 봤던 거예요. 고백성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저 친구는 주모경 한 번을 보속으로 받았고, 저는 어느 성경 구절 읽기가 보속이었어요. 암튼 고백성사 후 저 친구는 주모경 한 번을 바치고 성당을 나갔고, 저는 눈도 어두워 침침한데 깨알 같은 성경 글자를 보면서 한참 동안 몇 장 몇 절을 찾아 그 구절을 읽는데 정말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그 말을 듣는데,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할머니들 생각에는 신부들은 ‘고백성사 보속 지침서’를 가지고 있어서 이러저러한 죄에 대한 보속은 이러저러한 것을 준다, 뭐 그렇게 생각하셨나봐.

그런데 할머니들 표정은 짐짓 심각했어. 아무튼 성경 구절을 읽는 보속을 받은 할머니는 성경을 읽으면서 자신이 그 친구 할머니보다 죄를 더 지은 줄 알고, 성당 마당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친구에게 물었대. 무슨 죄를 고백했느냐고. 그래서 이러한 죄를 고백했다고 하니 자기도 똑같이 고백했다는 거야. 그러면서 죄는 같은데 보속은 이렇게 다르니, 대체 이런 일이 어디 있느냐며 나에게 따지러 오신 거지. 우리 할머니들, 신앙 안에서 얼마나 해맑고 순수하시던지!”

정말 밥 먹다 말고, 밥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웃었습니다. 배를 잡고 웃던 제가 물었습니다. “신부님, 그래서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아, 그래서 한마디 말씀드렸지. 보속이란 그때, 그때 달라요.” “정말요?”

“그랬지. 뭐, 달리 할 말이 없잖아. 그런 다음 할머니들에게 말씀드렸어. ‘할머니, 우리가 고백성사 때 받는 보속에 대해서 진심을 다해 이행하시면 그 보속은 우리 영혼의 보석이 될 수 있어요. 보세요. 세상에는 다양한 보석이 있지만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하고 귀해요! 우리 할머니들이 정성을 다해 바친 그 보속들 역시, 하느님 은총으로 세상을 밝히는 귀하고 소중한 보석이 될 거예요.’ 이 말씀에 우리 할머니들 좋아라하시며 가시더라.”

할머니들께 좋은 위로를 드리려고 하신 본당 신부님의 말씀에 밥 먹던 제가 더 위로를 받았습니다. 죄로 기울어지는 우리가 고백성사를 본 다음 진심으로 보속을 이행할 때, 그것이 영혼의 보석이 된다는 생각을 하니 고백성사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 사제들이 신자들에게 주는 보속이 그분에게 진심으로 좋은 보석이 되도록 더 신중하고 많은 배려를 해야 할 듯 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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