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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75) 게임시간과 기도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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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후배 신부님으로부터 새해 복을 나누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해가 지난 지가 언제인데 일찍도 한다, 일찍도….” 하고 웃으며, 타박 아닌 타박을 주었습니다. 애교 만점인 신부님은 이내 곧 화제를 돌렸습니다.

이어 잘 지내느냐고 묻는 물음에 신부님은 “형, 실은 어제 좀 부끄러운 내 모습을 성찰하게 됐어” 하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 “성찰 중에 부끄럽지 않은 것이 있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본당 신자 중에 병원봉사를 가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어제 느닷없이 나에게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연이어 다섯 통을 보내는 거야. 내용인즉슨, 자신이 지금 병원 봉사 중인데, 응급실로 젊은 남자가 들어오더니 곧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한다는 거야. 그래서 문득 나에게 기도를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분의 나이와 이름, 그리고 자신의 느낌을 절절히 문자로 내게 보낸 거야. 기도해 달라고!”

“그래? 아마도 그 순간, 신부님밖에 생각이 안 났나 보지.”

“그런데 형, 내가 그 문자를 연달아 받는데 순간적으로 혼자 좀 짜증을 냈어. ‘본인이 직접 기도를 하면 될 것을 왜 나에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해서 마음의 부담을 주는 거지’ 하면서 말이야.”

“그랬구나. 문자 온 순간 다른 일에 골몰하면 그럴 수 있지. 넌 뭐 하고 있었는데?”

“으음, 그게…. 잠깐 애니팡(카카오톡 게임)을 하고 있었어.” “에이, 녀석아!”

“그러니까 이렇게 반성하는 거지. 그분이 사제인 내게 기도를 부탁한 것은 기도 중에 생각만이라도 해 달라는 거잖아. 기도 부탁을 받은 나 역시, 그 문자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기도 중에 기억하면 될 것을, 기도를 의무로 생각하다 보니 또한 내심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

형도 애니팡 게임을 하지? 사실 그거 한 번 하면 하트 5개가 끝날 때까지 온 마음을 집중해서 하거든. 게임은 그렇게 때가 되면 집중해서 잘하건만 기도는 그것만큼 시간을 내서 하는 걸 어려워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기도하는 사제가 되겠다는 첫 마음은 어디 가고, 사제가 된 지 십 년쯤 지났다고 내가 참 많이 변했어.”

“에이, 그럴 수도 있지. 그런 일로 인해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인 자신을 통해 원래 가졌던 첫 마음을 다시 찾았으니 그것도 좋은 계기지, 뭐. 그나저나 전화 끊고 나한테 애니팡 하트나 좀 보내.”

사실 신부님의 전화내용을 들으면서 제가 왜 그리 찔리는지요. 게임에 취미는 없지만, 공짜 게임에는 재미를 느껴, 게임 중에 그렇게 집중력을 발휘하던 저 자신을 떠올려 봅니다. 아마 기도를 그렇게 하면 기도순위가 1위나 2위는 되지 않겠는가 말입니다.

앗, 글을 쓰면서도 ‘애니팡 순위’ 생각을 했네요. 집중력을 갖고 기도하기는 힘들어하면서 공짜 게임은 10분을 집중력 있게 하는 저 자신을 보니 아직 젊은 건지, 아니면 철이 덜 든 건지요. 그런 저를 올 한 해도 어김없이 사랑으로 이끌어 주실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돌립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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