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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77) 동창 신부 부친의 장례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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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교구 동창 신부의 부친 장례 미사를 다녀왔습니다. 금요일 오전에 선종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주일 저녁까지 피정 봉사를 하느라 지방에 머물러 있었기에 빈소에 조문은 갈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래서 장례미사를 참석하기 위해 부지런히 어느 성당으로 갔습니다.

폭설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겨울비로 바뀌어 걱정은 조금 덜었지만, 도로 사정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장례미사 참석에 어려움이 있겠구나 싶었는데 기우였습니다. 동창 신부는 평소에 온유하고, 겸손하며, 늘 성실한 사목자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런지 정말 많은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제단 아래 사제단에 앉은 저는 제단 둘레에 앉아 있는 서품 동창 신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랜 만에 보는 모습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중년의 나이를 넘겨서 그런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다들 늙어가는구나! 그래, 오늘은 동창 신부님 아버님을 하느님 품으로 보내 드렸다면 내일은 우리 차례가 되겠구나.’

장례미사 중 다른 동창 신부가 강론을 하는데, 하느님 품으로 가신 동창 신부의 부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뇌졸중으로 쓰러져 말씀도 못하시고 움직이지도 못하신 채 10여 년을 병상에 누워 계셨다는 것과 그럼에도 가족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마지막 순간까지 부친의 병간호를 정성껏 해 드린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강론의 핵심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동창 신부 부친의 10여 년간의 투병 중에 그 가족들이 보여준 사랑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한 인간의 고귀한 존엄성을 온전히 들어 높여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부친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잃지 않도록 돌보신 가족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와 감동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미사 끝에 고별사를 거행하던 동창 신부는 장례 기간 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아버님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이렇게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뜻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묵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인간의 사랑만이 인간의 존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아버님을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 곁에 보내 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즘 신문에서 ‘고독사’니 하면서, 인간이 이토록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기사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몇 년 만에 백골이 돼 자신의 방에서 발견됐다는 소식 등을 접할 때는 인간의 마지막이 이렇게 비참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10여 년의 투병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 어려움, 가족 중 누군가 환자에게만 매달려야 하기에 겪는 정신적 고통, 긴 투병으로 가족 서로가 지쳐 쉽게 예민해지고 짜증이 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인간의 존엄성 및 그 가치’를 한 순간도 손상시키거나 잃지 않으려 가족 모두가 10년을 한결같이 사랑으로 환자를 돌봤다는 그 놀라운 사실!

아마도 장례 미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의 마음속에, 인간이 이토록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일 수 있다는 깨달음이 됐을 것입니다. 저에게도 참 의미 있는 장례미사였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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