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80) 부부 가치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평소 친동생 이상으로 아끼는 부부가 있습니다. 그 집 셋째 딸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제가 기도해 주었으며, 이름과 세례명까지 지어 줄 정도로 저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많은 부부입니다. 그 딸은 지금도 잘 자라고 있으며, 가끔 휴가 때 저를 보면 멀리서부터 ‘간 씬부니임’하며 달려와 나를 꼭 안아주곤 합니다. 이그, 예쁜 것!

이 부부가 사는 것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근검절약하며 알뜰하게 가정을 꾸려가는 것뿐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자녀를 엄하게, 그러면서도 사랑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과거 씨름선수였으며, 유도 공인 단증까지 있는 덩치 좋은 남편이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아내의 말 한마디에 꼼짝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서로 사랑하면….’

전에 그 아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때 느낀 첫 생각은 ‘남편에 대한 내조가 이렇게 헌신적일 수 있을까’였습니다. 아내는 세 자녀의 가장 편안하고 든든한 친구가 돼주었고,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각각의 자녀가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끝까지 들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녀로 하여금 자신들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시부모님도 모시고 사는데 결혼 초부터 며느리인지 딸인지 모를 정도의 친밀감으로 인해 시부모와의 갈등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부부가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남편 앞에서 자녀들에게 ‘아빠와 엄마가 지금부터 싸움을 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도 이런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며 충분히 설명한 후 싸움을 했답니다. 이렇게 가족의 동의하에 싸우는 부부싸움의 마무리는 언제나 한바탕 웃음으로 끝나곤 합니다.

남편의 주된 소임은 세 딸과 함께 매일 아침, 신 나는 기상 음악에 춤을 추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녀에 대한 아내의 교육 방침에는 언제나 말없이 따라가 주며, 세 자녀를 잘 키우는 아내에게 늘 감사와 사랑을 느끼는 남편은 그런 아내가 고맙다며 저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는 고유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부부가 결혼하자마자 서로 각자의 가치관을 내려놓고 ‘가족은 관심과 칭찬’이라는 ‘부부 가치관’을 갖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치관이 때로는 서로 다른 ‘가치’로 인해 충돌하게 되면, 불목과 미움의 씨앗이 됩니다. 특히 부부가 서로 다른 가치로 팽팽히 맞서게 되면, 이는 은연중에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배우자 각자가 자신만의 가치를 내려놓고 ‘부부 가치관’을 갖고 가족 구성원들을 대한다면, 그 결과는 아마도 가족 모두가 소통과 사랑 및 가족 안에서 평온함을 누리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습니다. 부부 공통의 가치관을 갖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가족 모두의 노력,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 가족 모두가 함께 좋은 삶을 살게 되는 영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3-0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3

시편 90장 14절
아침에 주님의 자애로 저희를 배불리소서. 저희의 모든 날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리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