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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61. 영혼, 정말 있을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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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어린 시절 영세했지만 제 친구들은 무신론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선지 사석에서 친구들이 저를 놀리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영혼을 봤니?’ ‘영혼이 있기나 해?’와 같은 말들이지요. 사실 저는 부모님을 따라 성당에 다녔기에 교리도 잘 모르고 믿음도 약한 편이라서 친구들의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당혹스럽습니다.

의대에 다니는 친구는 인간의 감정은 모두 뇌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고, 영혼은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데다, 어떤 면에선 종교가 없는 영혼을 있는 것처럼 가르쳐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종교에 귀의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반박하기에는 제가 영혼에 대한 체험이 없어 답답하고 막막합니다.



답 : 영혼은 눈에 보이는 실재가 아니고, 현대의학이 입증한 대로 인간의 모든 감정은 뇌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믿음이 흔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형제님이 한가지 생각할 것은 만약 인간의 마음이 오직 뇌의 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만 한다면, 그래서 약물로 사람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고 더는 종교가 필요치 않다고 여긴다면 그런 생각은 인간을 ‘기계적인 존재’로 보는 위험한 발상을 낳을 수 있습니다. 즉, 뇌 기능이 멈추면 인간은 생명 없는 고철 덩어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대로라면 생명을 잃은 인간은 애도니 장례 미사니 하는 헛고생을 하지 말고 그냥 다른 기계들처럼 재활용센터로 보내 쓸만한 부품을 골라내는 대상물이 돼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을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은 사람의 심성을 기계적 심성으로 오염시키고 우수한 종자만을 키운다는 히틀러의 관점으로 쏠리게 할 위험성이 큽니다. 게다가 인간을 좁은 시야로 보게 하는 위험이 다분하기에 하나의 견해로만 받아들여야지 전폭적으로 수용한다면 자칫 본인이 인간답지 못한 사고방식을 가진 기계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할 일입니다.

그리고 옛 신앙인들이 ‘영혼의 구원’을 강조한 것은 그분들의 영적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지 허무맹랑하게 지어낸 이야기가 아님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즉, 신앙인은 일반인이 하지 못하는 영적 체험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체험 안에서 신앙인들은 신의 현존, 성령의 이끄심, 기도의 소통, 영적인 변화 등을 깊이 체험하고 영혼의 존재성에 대한 깊은 의미를 체득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영혼의 실재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영혼은 마음과 같은 것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었지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영혼의 구원 같은 느낌이 없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8월 중순 때아닌 몸 안의 염증으로 수술을 받게 됐고, 생각지도 않게 감염 재발로 인해 40일 이상 항생제와 약물로 버티며 아주 힘겹게 더운 여름을 지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기도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어 밤이 되면 후들거리는 몸을 기도 방으로 끌고 가서 감실 앞에 엎드려 간절하게 치유의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의 끈을 잡고 매달린 것인데 그런 불안한 마음이 극으로 달릴 때 성령께서 저에게 너무나 큰 은총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엎드려 기도하는데 갑자기 눈앞에 너무나 선명하게 제가 살아온 과거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동안 지은 수많은 죄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령께서 제 영혼의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영혼에 암 덩어리가 들어찬 흉하고 볼썽사납게 병에 찌든 모습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제 영혼의 실체를 마주한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사람의 영혼과 마음은 영역이 다른 것이고 우리가 복음을 따라 사는 것은 영혼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구나. 진정 중요한 것은 영혼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신ㆍ구약의 모든 말씀과 교회 가르침의 의미가 확연히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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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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