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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86) 어떤 가정이 바람직한 가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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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가정이 바람직한 가정인가요?
 결혼을 앞둔 청년입니다. 성당에서는 성가정을 본받으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성가정을 이루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저와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아직도 감이 안 오고 성가정처럼 산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만 합니다. 성가정은 아니더라도 건강한 가정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가정은 참으로 중요한 자리입니다. 가정은 인류 문명의 근원지이자 인류 범죄의 근원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나라를 다스리기 전에 우선 가정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했던 것입니다. 가정이 편하지 못하면 바깥일을 잘할 수가 없고 바깥일을 아무리 잘해도 가정사가 편치 못하면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최고의 가정은 어떤 가정이고, 최악의 가정은 어떤 가정일까요?
 
 최고의 가정은 가족이 서로 그리워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가정입니다. 반면 서로 너무나 미워해 `저건 언제 죽나`하고 기다리는 가정이 있습니다. 가끔 자기 부모가 죽기를 바라는 아이들 이야기나 배우자가 죽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가 최악의 가정입니다.
 
 어떤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한 재산을 모으신 분이라 할머니는 늘 명품을 두르고 다니셔서 주위 사람들 부러움을 사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동창모임에 갔다 오더니 아주 우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궁금한 할아버지가 "동창 중에 당신보다 더 잘 사는 사람이 있더냐?"고 물으니 할머니가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더 궁금해진 할아버지가 답을 재촉하자 할머니는 "내 친구 중에 영감이 살아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하더랍니다.
 
 우리는 늘 최상의 가정을 꿈꿉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족이 서로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만 면해도 괜찮은 가정이란 말을 듣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상은 아닐지라도 중간이라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건망증 환자가 돼보라. 그래서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좋지 않은 기억을 잊어보라. 그러면 그 순간부터 세상과 당신 앞의 풍경이 확 달라질 것이다"고 했습니다. 리처드 칼슨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가정이란 가족 개개인 역사가 점철된 아주 복잡한 감정의 집합유기체입니다. 즉, 가족마다 각자 가진 병적 콤플렉스가 있다 보니 서로 상대방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또 입으면서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가정은 평안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정을 평안하게 만들려면 가족 서로가 상대방에게서 받은 상처를 잘 잊는 건망증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만약 상대방이 준 상처를 잊지 않고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그 가정은 절대 최상의 가정이 될 수 없습니다.
 
 어떤 자매님이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고 난 후 너무 울적해서 친구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그날일 뿐만 아니라 과거의 억울한 사연까지 일일이 들춰내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친구를 보게 됐는데, 그 집 남편은 자기 남편보다 더 성격이 안 좋은 사람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아주 편안한 얼굴로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갑자기 궁금해진 자매님이 "넌 어쩜 그렇게 얼굴이 편안하니? 넌 괴롭지도 않니?"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괴로운 일은 생각할수록 괴로우니까 잊어버려야 하는 거야. 과거의 괴로운 일을 되새김질하는 것은 두 번 당하는 꼴이거든" 하더랍니다. 잊는 것이 상책이란 말입니다. 그래도 잊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우리가 괴로워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내게 준 상처만 기억해서입니다. 그런데 가정이건 어디건 나 혼자만 일방적으로 상처입고 괴로움을 당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냐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마음 안에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문제 덩어리이며, 마치 고슴도치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준 상처가 자꾸 기억이 난다면 덮어버리고 자신이 가진 문제, 그리고 자신이 다른 가족들에게 준 상처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게 `다른 가족들이 나의 문제를 많이 참아줬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야 비로소 자신이 입은 상처에 연연해하는 `자기애적 성격장애증상`을 막을 수 있고, 가정을 편안하게 만드는 주체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바로 자신임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의 자아는 어린 아이 같은 자아가 어른 자아와 함께 있어서 늘 갈등의 소지가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문제에 대해 너무 민감하지만 않다면 편안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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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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