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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87) 다른 사람을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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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사람을 돕고 싶습니다

 얼마 전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저 자신에 대해 깊이 반성했습니다. 제가 살아온 삶이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것을 뉘우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특히 저는 상담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심리학 관련 서적을 봐왔기에 다른 사람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상담센터에서 상담봉사자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해주다 보니 마음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잦아서입니다. 또 상담을 받으러 온 분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어서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과연 제가 상담을 해줄 자격이 있는지 자격지심이 들어서입니다.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 마음을 잘 이해하고 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어떤 분은 산속에 들어가 도를 닦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라도 해야 하나요?

 
 

A. 형제님께서 마음의 병을 가진 분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참 중요한 것입니다. 형제님께서 전문 상담가 과정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담할 자격을 갖춘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람이 가진 본능적 인간애와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마음의 병을 가진 분들을 치유해주는 가장 중요한 치유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즈음 많은 분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음에도 전문가를 찾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 힘겨움을 털어놓고 싶어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 마음 속에 병을 담고 사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형제님 같은 분들은 참으로 사회에 필요한 분이십니다. 그러나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 마음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요. 다른 분들 마음을 이해하고 돕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 마음을 알려고 하기 이전에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상담가들이 하는 말 중에 남의 마음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성찰과는 다릅니다. 자기성찰이란 자기 자신이 어떤 행위를 했는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이어서 상담을 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 마음을 이해하려면 자기탐색을 해야 합니다. 윤리적 눈이 아니라 동굴을 탐색하는 탐험가 마음으로 자기 마음 속의 동굴을 탐색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왜냐면 사람들이 마음 속에 가진 동굴들은 그 구조가 거의 비슷해서 자기 것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다른 사람 안의 것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간혹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보려면 산 속에서 홀로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 마음 속을 잘 들여다보려면 다른 사람들, 특히 낯선 사람들과 자주 만나야 합니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과 관계에서 오는 여러 가지 자극들이 내 마음 속의 문제들을 건드려서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경험하는 강렬한 감정들은 사람 마음 속을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기능을 하기에, 산속으로 들어갈 일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단지 형제님이 정말로 주의해야 할 것은 자기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지나친 신념입니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좋지만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은 위험합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은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주고 인격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면 그런 태도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종속시키려는 지배욕구가 주도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이 강한 사람들은 체계적 지식과 훈련을 쌓으려는 진지한 태도가 결여돼 있고 스스로 배우려는 소망이 약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과 조언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다른 사람들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의 말도 잘 듣지 않습니다. 이미 상대방에게 해줄 말을 정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형제님께서 늘 공부하는 마음으로 자기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특히 다양한 대인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통해 사람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는 훈련을 한다면 전문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 마음을 깊이 있고 따뜻하게 이해하는 좋은 상담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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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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