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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91) 순종적인 신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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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세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자입니다. 대부님은 아주 열심인 분으로, 늘 주님 말씀에 순종하는 신앙인이 돼야 한다고 하시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저희 가정은 아버지가 아주 엄격하셔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살아왔는데, 신앙생활도 그렇게 해야 한다니 괜히 세례를 받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직 신앙인이 될 마음의 준비가 부족한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순종적 신앙인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오로지 주님 말씀에 의탁하고 가르침에 맹목적으로 순종하고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이것은 오해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교회에서 발간된 성인전 영향이 큽니다. 사회의 위인전과 마찬가지로 성인전 역시 그 성인의 인격적 결함 같은 내용은 삭제되고 지나치게 이상화되고 미화된 경향이 있어 성인전을 읽은 분들은 성인이 되려면 맹목적으로 순종해야 하나보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실례로 스페인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수녀님을 소개합니다. 이 분은 가르멜수도원을 개혁한 분으로 유명하고, 돌아가신 지 8년이 지나도 시신이 부패하지 않고 심장을 꺼낼 때 피가 흘러내린 기적으로 유명한 분이십니다.
 그런데 이 분이 생전에 다른 수도자들에게 누누이 말씀하시길, "수도자가 너무 온순하면 수도생활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셨답니다. 진정한 수도자가 되려면 당당하고 대찬 면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수도원 벽에 걸린 데레사 수녀님 초상화는 온순한 비둘기 같은 인상이 아니라 사나운 매와 같은 인상입니다. 데레사 수녀님이 강조하신 것은 영성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건강한 반항의식`을 갖고 살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항, 그러면 많은 분이 "그거 좋지 않은 것 아니냐"고 하십니다. 반항적인 사람들은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문제아란 편견 때문입니다. 그러나 발달심리학, 영성심리학에서는 반항은 내적 성장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남이 시키는대로 고분고분하게 살면 내적 성장이 더디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조건 대들고 삐딱하게 살라는 말이냐고 반문할 분이 계실지 모르는데,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반항의 종류는 `건강한 반항`과 `병적 반항` 두 가지입니다. 병적 반항이란 낡은 것은 무조건 타파해야 한다고 배타적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병적 반항은 심리적 퇴행의 산물이라서 내적 성장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고집이 심해 대인관계에도 좋지 않습니다. 또 필요없는 것에 신경을 써서 자기 인생을 축내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합니다.
 이에 반해 건강한 반항은 사람의 정신세계를 속박하려는 것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경직된 신념을 깨뜨리고 도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건강한 반항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마음이 열려 있어 다른 사람들 말을 잘 듣고 늘 생동감이 넘치는 삶을 삽니다. 교회 대부분의 성인들은 이런 건강한 반항의식을 가진 분들이고, 그 대표적 주자가 바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수녀님이십니다.
 형제님께 우화 한 가지를 알려 드리지요. 주님께서 사도를 한 사람 더 뽑으려고 하시면서 자격조건은 순종적 사람이어야 한다고 공지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순종형 영성가들이 모여 심사받을 준비를 했답니다.
 첫 번째 영성가가 나서며 말하길 "주님 저는 순종적 사람이란 오로지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사는 것으로 생각해서 제 생각 제 욕구는 다 억누르고 오로지 다른 사람들만을 위해 살았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주님께서는 "그건 맞도다. 그런데 너와 같이 살던 아이들 말로는 네가 뒤끝이 많아서 뭘 내주고는 `내가 이렇게 해주는데 너희는 나한테 뭐 줄건데`하며 달달 볶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고 천당 화장실이나 지키거라" 하셨답니다.
 두 번째 영성가는 "주님 저는 순종적 신앙인이란, 세상을 멀리하고 가난하게 사는 삶이라 생각해서 사람도 안 만나고 옷도 헌옷만 입고, 먹는 것도 거칠게 먹고, 딴 마음이 들 때마다 저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살았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너는 당나귀와 같이 사는 게 좋겠다. 왜냐면 당나귀도 맨땅에서 자고 풀잎만 먹고, 날마다 세 번 이상 채찍질 당하면서도 주인밖에 모르니 만나면 반가울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세 번째 영성가는 "주님 저는 성경을 달달 외워서 모든 대답을 성경 말씀대로 하고, 제가 입는 옷과 행동 모두 주님처럼 하려고 애썼습니다"하고 말하자 주님은 "너는 네 생각이 없이 남의 말만 따라 하니 구관조를 닮았고, 행동도 내 것을 흉내 낸다니 원숭이와 같구나. 이제부터 천당 동물원지기를 하여라"하고 명하셨답니다.
 모든 부모님은 순종하는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순종적이면 걱정합니다. 그런 마음은 하느님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건강한 반항의식을 잘 키우면서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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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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