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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92) 바보 멍청이라고 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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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바보 멍청이라고 부르면?

   마태복음을 묵상하다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태복음 5장 22절을 보면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재판에 넘겨지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의회에 넘겨질 것이며,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비웃고 사는 편이라 정말 복음 말씀대로라면 구원을 못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오래된 습관이라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제가 신자로서 자격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복음에서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신 말씀이 아니란 것을 아셔야 합니다. 이것은 주님 당대의 율법학자들에 대한 경고 말씀입니다. 예수님 당대에는 글을 모르는 문맹인이 많았고, 더욱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율법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무시하고 인격적 모욕을 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율법학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약간 살벌한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형제님께서 묵상하신 복음 내용이 일반인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느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주님께서 경고하신 말씀은 비단 율법학자들만이 아니라 `우월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도 포함하는 말씀입니다. 우월 콤플렉스란 어떤 사람이 돈자랑 힘자랑을 하거나 거만을 떨면 `존경스럽다`, `부럽다`가 아니라 `참 재수 없는 사람이다`, `상종하지 못할 사람이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저 사람은 말하는 게 왜 저래", "저 사람은 옷 입는 게 왜 저 모양이야 촌스럽게", "저 사람은 하는 짓이 왜 저래"하는 말들을 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는 너와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는 자기 우월감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월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서 가끔은 재수 없어 보이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너무 지나치게 자기 우월의식을 가진 사람들, 심하게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요?

 자기 자신이 못난 것을 감추기 위해 반대로 심하게 잘난 척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하게 잘난 척하는 사람은 심한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우월 콤플렉스가 심하면 인생살이가 잘 풀리지 않기에 우월 콤플렉스를 잘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열심인 신자분 중에는 잘난 체하고 싶은 마음을 죄악이라 여겨 심하게 자기비판을 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겸손한 삶을 살려고 애쓰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자칫 역으로 심리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다시 말해 자기 안의 기본적 욕구를 지나치게 억압하다 보면 신경증적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때로는 눌려 있던 감정이 폭발해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월 콤플렉스를 다루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내 마음 안에 있는 열등감이 어떤 것인지를 살피는 일입니다. 우월하고 싶은 욕구를 미워하기보다는 열등감을 찾는 것이 건강한 치료법입니다. 왜냐면 열등감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월 콤플렉스의 힘이 상당히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열등감도 때로는 복이 되기도 하고, 화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세계적 작가들이나 발명가들 혹은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열등감에 시달린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기 열등감에 눌려 살거나 혹은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서 자기 기만적 삶을 살지 않고 오히려 열등감을 창조적 일을 하는데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성공하는 인생을 만들었습니다.

 썰렁한 이야기 하나 해 드리지요. `세상에 나만큼 괜찮은 여자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하는 도도한 마음으로 사는 처녀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처녀에게 "같이 가 처녀!" 하더랍니다. 뒤를 돌아보니 웬 생선장수 총각이 처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지, 절대 안 돼"하고 처녀가 소리치자 그 생선장수 총각은 "갈치가 천 원이라고 했는데"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안해진 처녀는 길가에 세워진 버스에 얼른 탔습니다. 그런데 처녀가 타자 웬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나는 것입니다. 처녀는 "아니 괜찮아요"하면서 아주머니를 앉히려고 하자 아주머니 왈,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내리려는 사람을 왜 내리누르고 ×랄이여 ×랄이!"

 심하게 무안해진 처녀가 이번에는 버스기사에게 버럭 화를 냈습니다. "도대체 이놈의 똥차는 언제 가요?" 그러자 버스기사는 처녀를 힐끔 보더니 씩 웃으면서 "똥이 다 차야 갑니다"하고 말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 사는 맛 중 하나가 잘난 체하는 맛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적당하면 애교지만 지나치면 이 처녀처럼 본전도 못 건지고 재수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할지 모르니 늘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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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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