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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95) 금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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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금욕이란? 

  영세한 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 신자입니다. 저의 대부님은 아주 열심한 신자분이신데 가끔 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씀을 하십니다. 예컨대 신자는 수도자들처럼 금욕을 지켜야 한다며 금요일에 고기를 안 먹는 것은 물론이고, 잠자리도 불편하게 해서 잠 마귀의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고 하시고, 음식을 탐하지 말고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며 식사를 할 때도 성경을 보라고 하십니다.

 특히 몸은 영적인 것이 아니고 욕망 덩어리이니 최소한의 것만을 제공하고 오로지 영적인 것에만 마음을 두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살면 욕망이 통제되고 오로지 주님 뜻에 맞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워낙 열심히 사시는 분이라 따라서 살고 싶은데 제 생활여건이 그리되지를 않습니다. 게다가 정말 그렇게 살아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들고 며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다가 몸이 힘들어 포기하고 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신앙이 약해서 그런 것인가요?

 

 A. 우리 교회에 금욕주의를 불어넣은 사람은 그리스 철학자인 플로티누스(Plotinus)입니다. 그는 신체와 관련된 모든 것은 사악하다고 믿은 사람입니다. 신체란 천상 존재인 영이 절대적 존재와 하나가 되지 못하도록 막는 감옥이라고 했고, 따라서 신체적인 필요는 최소한의 것만 충족시키고 모든 욕망, 특히 성욕을 끊고 절제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플로티누스의 이런 생각은 초기 그리스도교에 영향을 미쳐서 많은 은둔 수도자들이 감정적 충동을 억압하고자 수면 박탈, 반(半)아사상태(3일에 한 끼만 먹고 산 수도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안락함의 거부, 고된 노동, 거친 의복 등 극한의 금욕적 삶을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금욕주의는 가톨릭교회 무의식 안에 자리를 잡아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욕은 적당하면 약이지만 지나치면 정신적 부작용을 일으키기에 좀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욕망은 우리가 그것에 대해 가진 일반적 생각을 뒤집어야 진정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존재"라고 한 철학자 버틀란드 러셀 말처럼, 신앙인 역시 욕망에 대한 기존 생각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윌리엄 어빈(William B. Irvine)은 욕망에 대해 몇 가지 개념을 제시합니다. 첫째, 욕망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욕망이 마귀들한테서 온 것이거나 죄악의 덩어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 생존의 기제로 주신 선물이자, 세상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란 것입니다.

 만약 사람 마음 안에서 욕망이 모두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간혹 성욕과 소유욕은 죄의 근원이니 다 없애야 한다고 극단적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아무도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려고 하지 않고, 아무도 취업하거나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아 결국에는 사회 자체가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또 욕망이 없으면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무감각해져서 마음이 얼어붙은 존재가 돼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욕망은 삶의 불씨`라고 불리는데, 그런 의미에서 적당한 금욕은 정신건강에 좋지만 지나친 금욕은 불씨를 꺼뜨릴 위험이 있어 그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개념은 욕망을 완전히 다스리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욕망이 가진 특징 때문입니다. 우선 욕망은 이성적인 것이 아닙니다. 욕망은 합리적 사고의 과정을 거쳐 생기거나 우리 의지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욕망은 우리 안에 자리를 잡고 나면 이성을 하인처럼 부리면서 우리 삶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힘 좋고 거친 욕망은 우리가 세운 인생 계획을 뒤집어버리기도 하고 우리 운명을 바꿔버리기도 합니다. 마치 거친 파도가 배를 뒤집듯이 말입니다. 또 욕망이란 것은 채워졌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욕망으로 바뀝니다. 이처럼 욕망이란 변화무쌍한 것이기에 욕망을 완전히 다스리거나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간혹 `욕망을 다 끊었다`, `마음을 다 비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조차도 욕망입니다. 그러므로 형제님이 해야 할 일은 욕망을 완전하게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적으로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즉, 욕망 가운데 어떤 것은 충족시키고 어떤 것은 억누르는 식의 선별적 욕망의 다스림을 배워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나친 금욕주의는 오히려 정신건강에 해롭습니다. 마치 살을 빼겠다고 아예 밥을 굶으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듯, 지나친 금욕도 그런 결과를 일으킬 수 있으니 수위 조절을 잘하시기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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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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