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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97) ''당연해''하고 말하는 남편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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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연해`하고 말하는 남편 때문에

제 남편은 아주 고지식합니다.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말이고, 또 자신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을 해서 신임을 많이 받는 편인데,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가 너무 심해서 대인관계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부하 직원들도 술자리에서 제 남편이 하도 심하게 잔소리를 해 같이 자리하는 것을 꺼린다고 하네요. 제가 뭐라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한 것인데, 그게 무슨 잔소리냐"며 오히려 핀잔을 줍니다.

 그런 남편이 최근 성당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새로 오신 주임신부님이 신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한다는 것이 이유죠. 제가 보기에는 원만한 분이 오신 것 같은데 깐깐한 남편이 보기에는 성이 차지 않는가 봅니다. 도대체 남편의 이런 성격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자매님이 매우 힘드시겠습니다. 옆에서 보기가 아슬아슬하겠고요. 남편분이 가진 문제는 `당연함의 폭력`으로 인해 생긴 문제입니다. 세상살이가 짜증난다고 하는 분들, 사람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당연함의 폭력에 휘둘림당하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이 일은 당연히 이렇게 돼야 해`, `나는 당연히 이렇게 살아야 해. 그런데 왜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야` 하시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당연함의 폭력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구정물처럼 짜증이 터져나오고 그렇게 짜증 난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을 달달 볶아대서 사람들에게 기피대상 1번이 됩니다. 또 이런 분들은 자신도 편치 못한 인생을 삽니다.

 심리학자 앨버트 앨리스는 "무언가에 대해 명확함을 요구하고 그것을 얻지 못했을 때 불평하는 것은 인간이 겪는 노이로제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런 분들은 여러 가지 신경증적 질병에 시달리며 삽니다. 불면증과 화병은 기본이고 심지어 아주 심한 피부병이나 장기질환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심리학자 카렌 호르나이는 "불확실성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 즉, 자신이 바라는 대로 무엇이든 얻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애쓰면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된 효율적 삶을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세상만사가 속 좁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때 오히려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오고 꼬인 일들이 잘 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좀 더 깊은 의미의 조언을 해 드리겠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물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스승"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물은 다투지 않아서, 물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아낌없이 누구에게나 은혜를 베풀고, 물은 세상을 깨끗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남편분이 화가 날 때마다 흐르는 물을 보고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세상 일은 당연히 내 뜻대로 돼야 해`하는 생각을 가지면 얼마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지 한 가지 예화를 들려 드리지요.

 어떤 본당신부가 늘 "당연히"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신자라면 당연히 이래야 해, 저래야 해`하면서 옷차림과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일일이 잔소리를 해대서 다들 본당신부에게 가까이 가기를 꺼렸습니다.

 이 신부는 자기 동창들에게도 `신부라면 당연히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해, 왜 다들 그 모양이야`하고 잔소리를 하는 바람에 아주 미운 사람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그러나 본당신부는 자기에게 문제가 있음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살다가 제 명에 못 죽고 화병으로 일찍 생을 마감했습니다.

 자기 같은 신부는 당연히 천당행이라 생각하고 길을 가는데,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화가 난 신부가 "나 같은 사람이 오면 당연히 마중을 나와야지, 이게 무슨 실례인가?"하면서 천당문을 발로 차고 소리를 지르는데, 베드로 사도가 나와서는 "너 같은 골통은 당연히 연옥에 가서 살아야지, 왜 여기 와서 행패냐"하고 야단을 치는 바람에 무안해서 지금도 무안지옥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라인홀드 니이버는 평온의 기도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그 차이를 분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 짜증이 터져 나옵니다. 진정한 평온함은 `세상 일이 어디 다 내 마음대로 되겠어`하고 마음을 비운 순간에 온다는 것을 남편에게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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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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