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 가르침에 따라 진리를 선택할 뿐입니다. 물론 표현 방식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를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은 편 가르기일 따름입니다.”

주교회의 신임 의장 김희중(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13일 서울대교구청 신관 회의실에서 일반 언론과는 처음으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각종 사회 현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김 대주교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활동을 둘러싼 교회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교통편은 버스도 있고, 기차도 있고, 비행기도 있다”면서 “교회의 여러 목소리는 이처럼 목적지는 같으나 목적에 도달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궁극적 목적과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선택의 기준이 복음과 교회 가르침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상식과 함께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있으면 소통이 쉬워집니다. 종교 간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웃 종교의 교리를 수용할 수는 없어도 존중해야 합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거든요. 열린 자세를 가질 때 배타적 근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김 대주교는 남북문제와 관련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한다”면서 “정부는 원칙을 지키되 민간인들에게는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문호를 좀 더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교회는 어느 보수 단체보다도 북한 주민의 인권과 생명의 가치를 더 많이 생각한다”며 교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한다는 비판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또 교리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직접적 비판에 나서지 않는 것은 교회가 아닌 다른 단체에서 많이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고, 또 큰 틀에서 점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입니다. 적절한 때가 되면 이 문제도 언급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 대주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염원하는 천주교 선언’ 서명에 동참한 것은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한 것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가족에게는 진상을 밝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고통입니다. 처벌은 둘째 문제입니다.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대주교는 기자들에게 언론인은 성직자나 마찬가지라며 기자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주교는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언론 철학을 갖고,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함께할 것을 요청했다.

남정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