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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라렛 선교 수도회가 운영하는 ‘청년식당 문간’의 이문수 신부가 밝은 표정으로 김치찌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힘 기자 lensman@ |
‘김치찌개 3000원! 공깃밥 무한리필! 식당 옆 북카페는 누구나 이용 가능!’
5000원 지폐 한 장 들고 가 배불리 먹고도 거스름돈을 받아 나오는 식당이 있다. 서울에서 어떻게 이런 저렴한 가격이 가능할까? 지난해 12월 초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 문을 연 ‘청년식당 문간’을 찾았다.
앞치마를 두른 이문수(글라렛 선교 수도회) 신부가 손님을 맞이한다. 언뜻 보기에 ‘청년식당 문간’은 ‘싸고 맛있는 김치찌개 맛집’으로 보이지만 사실 수도회가 청년 사도직을 위해 문을 연 공간이다. 주머니 가벼운 청년들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마음 편히 머물렀다가 가길 희망하며 마련했다. 3000원짜리 김치찌개라고 얕봐선 안 된다. 진한 육수에 돼지고기와 감칠맛 나는 김치를 듬뿍 담았다.
“식당을 열게 된 계기는 한 청년의 죽음 때문이었습니다. 2년 전 인천 가르멜 수녀원을 찾았다가 고시원에서 굶어 죽은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노숙인이나 홀몸노인을 위한 급식소는 꽤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고 티가 나지 않아 몰랐을 뿐 많은 청년이 굶고 있었어요.”
이 신부는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만들기 위해 청년 요리사, 사회 사업가, 고시원 거주자 등에 도움을 요청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고민 끝에 ‘누구나 좋아하는 찌개, 공짜는 아니되 매우 저렴한 가격, 쉽게 오갈 수 있는 시장’을 낙점했다. ‘문간’이라는 이름에는 ‘안과 밖 사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사이’라는 뜻을 담았다.
‘청년식당 문간’은 식당으로 시작했지만 밥을 제공하는 곳 이상의 공간으로 활용되길 꿈꾼다. 식당 옆에 마련된 북카페는 청년들의 쉼터로, 모임 공간으로 자유롭게 개방한다. 식당 창업을 꿈꾸는 청년이라면 문간에서 매주 화요일 일일 가게를 운영해볼 수 있다.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그 시간만큼 식사 쿠폰을 받아 기부할 수 있는 색다른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식당을 매개체로 많은 청년을 만나고 싶습니다. 고민이 무엇인지,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직접 이야기하며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됐으면 좋겠어요.”
‘청년식당 문간’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보문국로11길 18-2 2층(정릉시장 입구). 후원 및 문의 : 02-743-7026, 국민은행 512637-01-002186, 예금주 : 글라렛 선교 수도회
유은재 기자 you@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