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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성당 보수 공사

황재모 신부(안동교구 신기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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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에 건립된 우리 신기동성당은 교회 건축의 대가 알빈(1904~1978,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신부님께서 설계하셨는데, 붉은 벽돌 일색인 요즘 성당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작고 아담하면서 예술적으로도 가치있는 건축물이다. 이 성당도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 이곳저곳 손볼 곳이 너무나 많아 몸살을 앓고 있다. 가급적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 조금씩 손을 보면서 그럭저럭 버텨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이제는 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게 되니 하는 수 없이 일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본당 사정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돈 모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목회에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우선 지방 특산물 판매사업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오미자, 복분자 진액이나 인근 상주 지방의 상주곶감을 비롯해 풍기에서 생산되는 천연섬유 풍기인견 등을 팔아보기도 했다. 그래도 모금액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별 다른 방도가 없으니 이번 겨울에도 곶감을 판매할 계획이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어서 많은 격려가 된다. 우리의 딱한 사정을 알고 서울대교구 모 본당에서는 매월 얼마씩 지원을 해주기도 하고, 어려운 시골 본당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본당도 있다. 교구 선배 신부님께서도 애쓰고 있는 후배가 안쓰러우셨는지 적잖은 도움을 주기도 하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어려운 형편이지만 조금씩이라도 보탬을 주기 위해 성금을 봉헌하는 본당 교우들이 특히나 고맙다. 내가 그 형편을 뻔히 다 아는데….
 80살이 넘은 프란체스카 할머니는 희망근로에 참여해 넉 달 동안 받은 돈을 고스란히 본당 신부에게 주신다. 이 늙은 나이에 내가 직접 번 돈이니 하느님께 바치고 싶다고 하시면서…. 차마 받기가 미안하다. 일손이 한창 필요한 봄철 과수원에 아르바이트를 나가서 장만한 돈을 몽땅 건네시는 수산나 할머니는 또 어떠하신가. 하루도 평일미사를 빠지지 않던 분이 너무 고단해 아르바이트 기간 내내 평일미사에도 참석하지 못하시면서 번 돈임을 잘 알고 있는 본당 신부는 자꾸만 염치가 없어진다.
 그렇지만 사도 바오로의 말씀은 오늘도 희망을 준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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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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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54장 6절
보라, 하느님은 나를 도우시는 분, 주님은 내 생명을 받쳐 주시는 분이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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