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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차상위 계층 사람들

자녀·소득 있다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서 제외… 추위와 싸우며 성당이나 복지관 도움으로 근근이 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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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문채현

혹한이 너무 빨리 찾아왔다. 냉골로 사는 날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그리 살 수는 없는 일. 얼마 전 본당 빈첸시오회 회원들이 난방비를 지원해 준다고 약속했지만, 빈대도 낯짝이 있지 늘 후원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찌어찌 돈을 좀 구해 보일러에 석유를 넣었다. 한 드럼에 24만 5000원이나 하니, 다는 못 넣고 넣는 시늉만 했다. 두 드럼은 넣어둬야 이 추운 겨울을 날 텐데 걱정이 크다.

서울시 성동구 살곶이2나길 한양대 뒷산 자락, 비좁고 살짝 빙판이 진 마장동 달동네 산비탈 골목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늦게야 집을 찾아냈다. 맨날 이 집을 드나드는 서울 마장동본당 사회사목분과장 이종생(필립보, 77)씨도 한참을 헤맸다.

이화자(82) 할머니가 13년을 살아온 보금자리는 33.06㎡ 남짓한 낡고 허름한 집이다. 그런데 집안이 캄캄하다. 전기를 아끼느라 등을 꺼놓았던 모양이다. 할머니가 살아가는 모습이 짠하다. 코딱지만한 방 두 칸에 거실과 부엌을 겸한 공간이 고작인데도 전기료, 수도료를 아끼려고 애면글면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할머니는 수입이 없다. 41세에 남편을 잃고 홀로 돼 식당일이나 막일을 하며 1남 3녀를 홀로 키웠다. 60대 후반이 되면서는 10여 년간 동네 폐지나 고물을 주워다 팔았다. 수입은 하루 1500원에서 많을 때는 7000∼8000원. 어찌나 부지런했던지 “발발이 할머니”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5년 전만 해도 희망 취로사업을 해서 60∼70만 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옛날 얘기다. 5년 전 교통사고로 허리를 쓰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척추뼈가 다 으스러지다시피 했다. 보상비로 100여만 원이 나왔지만, 치료비로는 턱도 없었다.

그런데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자녀들이 살아 있고 가족들 수입 160만 원이라는 족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은 실직 상태고, 딸들은 배우자가 타계하거나 장기간 입원해 있거나 이혼한 상황이다. 셋째 딸은 두 달 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래서 성당이나 복지관에서 가져다주는 밥과 밑반찬, 국거리나 찌개용 음식재료에 의존해 근근이 연명한다.

철거를 앞둔 2500만 원짜리 전셋집에서 생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할머니는 “얼른 죽는 게 낫지 싶은데 살겠다고 약을 먹고 있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한다.

마침 14일은 모두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조건 없는 사랑을 이웃과 나눔으로써 구세주 예수님에 대한 참된 기다림을 준비하도록 초대하는 자선 주일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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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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