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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390) 수도자들의 놀라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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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성령 강림 대축일 날, 우리 수도회 수사님들 몇 분이 수도원의 경차를 몰고 외출을 하신 모양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수사님들이 전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수사님들이 경차를 타고 볼일을 보러 가시는데, 그날따라 운전하시던 수사님이 좀 거칠게, 교통 법규도 슬쩍 무시하면서 운전을 했답니다. 그러자 조수석에 앉아있던 선배 수사님이 운전을 하던 수사님에게 잔소리를 좀 많이(?) 하신 모양입니다.

“형제, 천천히 좀 가자, 천천히.”

“형제, 속도를 좀 줄이래도.”

“형제, 좌회전 깜빡이를 켜서 들어가야지, 깜빡이를 좀 켜고 다니란 말이야.”

“형제, 차 없을 때 밟아, 좀. 이 상황에서는 속도를 내서 밟는 거야.”

“형제, 신호등을 좀 보면서 운전을 해, 저기 파란 불 안 보여.”

“야야, 형제 브레이크, 브레이크를 밟아!”

“형제, 지금 앞에 사람이 있잖아, 앞을 좀 보면서 운전을 해.”

운전을 하던 수사님도 나름 ‘베테랑급’ 운전 실력을 갖췄는데, 선배 수사님의 잔소리에는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운전하면서 더 긴장이 되고, 긴장하다 보니 정신이 혼란해져서 교통법규까지도 순간 잊어버리게 되더랍니다. 순간, 뒷좌석에 앉아있던 수사님이 기도를 했답니다.

“성령님, 어쩌자고 저 수사님에게 불같이 잔소리를 하는 혀 모양으로 오신 것입니까? 주님,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이 말을 들을 선배 수사님은 뒤를 돌아다보며 기도하던 수사님에게,

“차 사고라도 나면 형제가 책임을 질 거야? 이게 다 안전 운행하자고 그러는 거잖아, 안전 운행. 우리라도 교통 법규를 잘 지켜야지.”

그러자 운전하는 수사님도 바로 이렇게 기도를 하더랍니다.

“우리에게 오시는 성령님, 저에게도 오시어 저의 귀를 얼음같이 차갑게 만들어 주소서. 그래서 저 불같은 잔소리가 제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게 해 주소서.”

수사님들의 기도가 이뤄진 것일까요! 차는 목적지에 잘 도착했고, 수사님들 서로는 각자 볼일을 잘 보았답니다. 돌아올 땐 조수석에 앉은 선배 수사님이 뒷자리에 앉아 주무셨고, 뒷자리에 앉았던 수사님은 앞자리 조수석에 앉더니 미리 가지고 온 책을 읽었답니다. 운전하는 수사님은 아주 편안하게 차를 몰아서 수도원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세 분의 수사님들 증언에 의하면, 정말이지 기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더라는 것입니다.

기도는 그런 것 같습니다. 비록 기도의 청원이 어느 날에는 ‘성령’이 불같이 잔소리하는 혀 모양으로 오기도 하고, 때로는 귀를 차갑게 얼려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도를 드리는 만큼이나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옆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선함을 믿는다면, 사소함에서 오는 충돌이나 갈등은 이내 곧 해소되고 갈등은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정말이지 좋은 기도의 발판은 함께 사는 가족, 형제, 자신의 벗을 온전히 믿는 마음을 가지려는 결심입니다. 그 결심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자그마한 사건은 사랑으로 흡수되는 삶의 좋은 자양분이 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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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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