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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서 보이는 북녘땅 “경계선 보는 게 무슨 의미… 가야지!”

인천교구 연평도 삼위일체본당 복음화 100주년 그리고 한반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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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신자가 인천 웅진군 연평도 서남쪽 전망대에서 불과 4.5km 떨어진 북한 황해도의 갈도를 바라보고 있다.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연평도 서남쪽 평화공원 전망대에서 불과 4.5㎞ 떨어진 곳. 북한 황해도의 ‘갈도’다. 7일 전망대에 오른 신자들이 카메라를 꺼내 바다 건너 북녘땅을 사진에 담는다. 쾌청한 날씨와 어우러진 절경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남기는 신자들 사이로 “아휴, 저기 못 가서 애통한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며 한숨 쉬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못내 한스럽게 들린다.

인천교구 연평도 삼위일체본당(주임 민경덕 신부) 복음 선포 100주년을 맞아 신자들이 인천 옹진군의 작은 섬 연평도를 찾았다. 신자들은 한때 남북 간 교전이 벌어졌던 연평도를 돌아보며 분단의 아픔을 체감했다. 김진삼(요한, 76, 인천교구 주안8동본당)씨는 “여기서 북녘땅이 보여도 못 가잖아. 경계선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직접 가 봐야지”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한반도의 화약고’였던 연평도

지금 한반도에는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4ㆍ27 판문점 선언과 이산가족 상봉, 대북특사 파견으로 이어진 남북 관계 호전이 북한 접경지역에 사는 연평도 주민들에게는 더욱 반길 일이다. 연평도는 ‘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릴 정도로 사연이 많다. 분단 70년 역사 동안 연평도 주민들은 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도 2002년 ‘제2연평해전’과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었다. 주민들에게는 끔찍한 기억이다. 배를 타고 뭍으로 피란을 떠나고, 두세 달을 찜질방에서 버텨야 했다. 아픔을 겪은 연평도 주민들은 한반도에 불어오는 평화의 바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연평도 주민들은 긴장 상태가 극도로 치달았던 한반도에 확실히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느끼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몇 년 동안 주민들은 비상시를 대비해 이틀이 멀다 하고 대피소로 향했다. 우리 해병대가 훈련하며 쏜 포성에 미리 챙겨둔 짐을 들고 집을 뛰쳐나오는 노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제 그런 일은 없어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경진 연평파출소장은 “경찰들이 보기에도 군인들의 긴장감이나 주민들의 불안감이 확연히 없어졌다”며 “연평도에서 노후를 보내기 두렵다며 이주한 주민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정착하고 살만한 ‘안전한 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간절한 ‘평화’

북한 접경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하루하루 불안을 떠안고 사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평화’는 간절했다. 연평도에서 나고 자랐다는 박성열(16, 연평중학교)군은 “평화는 걱정 없이 사는 것”이라고 묵직하게 답했다. 포격 소리가 들리지 않고, 이사 갈 걱정을 하지 않는 게 진정한 평화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평도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서은미(모니카, 인천교구 연평도 삼위일체본당)씨는 “평화란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보장되는 일”이라며 “적개심에 불타는 게 아니라 두 번 다시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평화를 말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지난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평도 주민’을 언급하기도 했다는 기자의 말에 “언급을 하기는 뭘 했느냐”며 말을 잘랐다. “평화가 진짜 가능할까요?”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사람들은 평화를 정치적으로만 생각할 뿐 피해를 본 연평도 주민들한테도 정작 무관심하지 않았냐”며 속상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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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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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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