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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08) 관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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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본당의 오전 10시 미사를 봉헌하기에 앞서,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성당 마당을 둘러보았습니다. 초겨울까지 핀다는 장미도 보고, 푸른 빛 도는 소나무도 보고, 이름 모를 풀꽃들을 보면서 모든 것 하나하나가 자기 자리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자연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한 후, 미사 전 고해성사를 주러 성당에 들어갔는데, 외부에서 순례 오신 수녀님 한 분이 성당 의자에 앉아서 기도를 드리고 계셨습니다.

나도 고해소에 들어가기 전 잠시 성체조배를 하는데, 그 수녀님 몸이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조용히 눈을 감으려는데, 그 수녀님의 몸이 서서히 앞으로 쓰러질 듯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신기하게도 수녀님은 다시 자세를 바로 갖추셨습니다. 그리곤 다시 수녀님 몸은 옆으로 쓰러지려는 듯한데, 또 쓰러지지 않고…. 수녀님께선 그러다 다시 자세를 잡으셨습니다. 뒤에서 수녀님을 물끄러미 쳐다봤더니, 연세가 좀 있는 수녀님 같았습니다. 그 수녀님은 앞으로, 옆으로, 또 뒤로 몸을 흔드셨고, 그러는 사이에 본당 신자분들은 한 분, 한 분 자리에 앉으셨고, 미사 시작 15분 전이 됐습니다.

고해소에 들어간 나는 몇 분에게 성사를 준 후 다시 고해소에서 나와 살펴보았더니, 그 수녀님의 몸은 여전히 앞쪽으로 쏠리고 있었습니다. 제의방에 가서 제의를 입은 후 입당성가에 맞춰 미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수녀님은 미사 땐 한순간도 졸지도, 주무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미사가 끝난 후 신자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성당에서 신자분들이 다 나오셨을 무렵, 그 수녀님이 나오시나 안 나오시나 기다렸더니 안 나오셨습니다. 그래서 성당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그 수녀님께서 미사가 끝나자마자 마침성가를 할 때 가셨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곤 성당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그 수녀님 근처에 앉았던 몇몇 분들이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어느 분이 나를 보더니,

“신부님, 오늘 미사 전에 감동적인 모습을 봤어요.”

“네? 무슨 감동적인 모습을?”

“신부님은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미사 때 순례 오신 수녀님이 한 분 계셨잖아요.”

“아. 그 수녀님. 미사 전에 좀 많이 조는 것 같아서, 혹시나 땅바닥에 쿵~ 하고 쓰러지실까 걱정했었는데!”

“맞아요, 그 수녀님. 미사 전에 성체조배하시는 듯한데, 많이 졸리신 듯했어요. 그 수녀님 몸이 앞으로, 옆으로 왔다 갔다 하시는데, 그냥 졸린 졸음이 아니라, 뭐랄까, 눈을 떠서 기도하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처럼. 그런데 신부님, 그 모습이 마치 하느님께서 ‘내 사랑하는 딸아, 오늘은 내 안에서 푹 쉬거라’ 하시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데 제 마음이 너무나 측은했어요. 평소 수녀님 하시는 일이 얼마나 많고 힘이 들었으면, 하느님 앞에서 그렇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미사 내내 그 수녀님을 위해서 기도했어요.”

그러자 다른 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하는 듯하며 그 말을 듣는데, 관점의 차이. 아니 쉽게 말해서 나와 신자분들과의 생각 차이가 이렇게나 많이 날까 싶었습니다. 나는 그 수녀님을 보고 ‘졸아도 너무 존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신자분들은 ‘우리 수녀님, 얼마나 힘들게 봉사를 많이 하시면, 하느님께서 편안히 잠을 재우셨을까’라고 생각하셨다니!

부르심의 삶, 내 나름대로 ‘쬐끔’은 살았다 말할 수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나와 같은 이 삶을 사는 동료 성직자, 수도자들을 보다 더 이해하고, 지지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순리일 텐데. 휴…. 신자들 보기에 부끄러울 때가 참 많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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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2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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