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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10) 스스로 만족하기를 가르쳐 준 낚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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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나게 릴낚시 하는 모습을 부러워한 나머지, 사촌형에게 릴낚시를 가르쳐 달라고 졸랐던 그날, 사촌 형의 귀한 시간 다 날리고, 그 형의 소중한 낚시 물품들을 다 허비했으며, 물고기 또한 한 마리 잡지 못했습니다. 하루를 온전히 날려 후회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나와 맞지 않는 릴낚시를 배우고 싶었을까!’

사실,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작고 소중한 일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면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그다지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낚시 또한, 굴러다니는 나무 작대기에 낚싯줄을 매달든, 고무줄에 돌을 매달아 구멍치기 낚시를 하든 다른 사람이 그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바닷가에 가서 한 끼 먹을 양의 물고기를 기쁘게 잡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시간에 반찬으로 맛있게 먹는다면 그것이 행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녁 석양이 질 때, 갯바위에 서서 릴낚싯대를 던지는 사람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 순간, 언제나 적당한 양의 물고기를 잡게 해 준 구멍치기 낚시가 초라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구멍치기 낚시를 하면서, 먹을 양의 물고기를 나름 잘 잡았던 것에 대해 감사함조차 잊어버리게 되자, 현실을 만족하기보다 허황된 것만을 쫓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슬픈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새벽! 나는 릴낚시의 꿈을 접고, 또 다시 꾀죄죄한 몰골로 집 앞 바닷가에 가서 구멍치기 낚시를 즐겼습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고요한 시간, 약간은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에서 유난히 푸르른 바다 빛깔을 보면서 크게 숨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바다 속을 바라보며 혼자 속으로 말했습니다. ‘그래, 나는 단순한 구멍치기 낚시가 제격인 사람이야.’

그리고 나는 이 구멍, 저 구멍을 찾아 구멍치기 낚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리, 그날따라 낚시 줄을 구멍 안으로 내리는 족족, 물고기들이 잡혔습니다.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야, 어제 릴낚시를 배울 때 보다, 훨씬 짭짤한데!’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하고, 마지막으로 지렁이를 끼우고 낚시 줄을 멀리 있는 구멍을 향해 던졌습니다. 그런데 뭔가 묵직한 것에 걸린 듯 했습니다. ‘아이쿠, 낚시 바늘이 바위나 수초에 걸렸네’ 하며 낚시 줄을 당기는데 잘 안 당겨졌습니다.

‘어차피 마지막 낚시인데!’ 싶어, 낚시 줄을 끊어먹을 각오를 하고 당겼더니, 글쎄 월척급 돔 한 마리가 잡혔습니다. 순간, ‘야…’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 소리를 듣고 근처에서 낚시하던 분들이 제게 다가오더니 물었습니다.

“우와, 아저씨. 이 자리에서 큰 거 잡았네요.”

“야, 아저씨, 정말 여기서 잡았어요? 미끼는 새우를 썼어요, 아니 지렁이 같은데!”

나는 그분들에게 구멍치기 낚싯대를 보여 주며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예. 이 바위 구멍에서 잡았어요. 이리 큰 것이 잘 잡히네요, 하하하.”

나를 보고 부러워하는 그분들의 표정들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마음속으로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수없이 했습니다. 사는 동안 괜히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혹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삶을 별로라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욕심들이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움터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욕심은 주변 사람들, 특히 소중한 가족이나 이웃들의 시간을 자신도 모르게 빼앗아 버리고, 심지어 그 사람의 소유물까지도 마구 허비하면서, 오로지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채우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 구멍치기 낚시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한 수를 배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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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1-1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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