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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12) 어느 신부님이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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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촌 형이 일찍 하느님 품으로 가셔서 슬픔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나도 젊지만, 나보다 2살 위라, 젊은 나에게 하느님 품으로 가신 사촌 형 선종 소식은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래서 선종 소식을 들은 날 곧바로 빈소에 가서 조문을 했고, 하루 종일 빈소를 지켰습니다. 온 종일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십 번 울컥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고 하고! 그럴 때마다 큰 아버지와 다른 사촌 형제들도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담담하게 빈소를 지키고 있었기에 꾹… 꾹… 참았습니다.

그 날 밤, 다음 날 새벽 미사와 오전에 봉성체가 있어서 나는 서울로 잠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중에도 계속해서 눈물이 났고, 사제관에 도착해서 씻을 때에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면서 잠을 잔 것 같았습니다. 이윽고 새벽에 일어나 사촌 형을 위해 기도를 드릴 때에도 눈물이 났고, 고해소에 있을 때에도 울컥 울컥했습니다. 고해소를 나와 새벽 미사를 봉헌하려 제의방에 들어가는데도 또 다시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미사를 못 드릴 텐데… 이를 어쩌나!’ 암튼 몰래 눈물을 닦고, 제의방에 들어섰는데 앗, 본당의 귀염둥이 자매 복사가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했습니다. 순간 내 마음이 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쿠, 예쁜 녀석들!’

나는 다시금 웃음을 찾았고, 천천히 장백의, 띠, 영대, 그리고 제의를 입었습니다. 아직 해설자의 미사 시작 멘트가 나오지 않아 거울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복사들을 보자 문득 짓궂은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매우 상냥하고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복사 자매 중에 동생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얘야, 주임 신부님이 좋아? 보좌 신부님이 좋아?”

그러자 그 녀석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보좌 신부님이 좋아요.”

이에 나는 더 방긋 방긋 웃음을 지으며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평소에 보좌 신부님 좋아? 주임 신부님이 더 좋아?”

나는 그 녀석에서 나를 더 좋아한다는 말을 하도록 유도 신문을 걸었지만, 오히려 더욱 자신있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습니다.

“보좌 신부님이 훨씬 좋아요.”

나는 살짝 오기(?)가 발동해서 또 물었지만, 그 녀석은 끝까지 진실만을 대답했습니다. 나 또한 속으로, ‘그래, 나라도 보좌 신부가 더 좋다고 그랬을거야!’ 이어서 나는 회심을 미소를 지으며, 그 언니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동생 대답은 무시하고, 있잖아, 너는 보좌 신부님이 좋아? 주임 신부님이 좋아?”

그러자 언니는 살짝, 생각을 하더니,

“네. 젬마 수녀님이 좋아요.”

“뭐, 젬마 수녀님이 더 좋아?”

“우리 젬마 수녀님이 더 좋아요.”

순간 모두가 다 ‘빵- ’ 세 사람은 미사 전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리고 해설자의 미사 시작 멘트가 나왔고, 우리 세 사람은 제의방에 있는 십자가에 깊은 절을 한 후, ‘진실한 사랑을 가르쳐 준 사랑의 성체성사’를 봉헌하러 제대로 향했습니다. 그 날 아침, 복사였던 두 자매의 진실함 때문에 평소처럼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고백하는 따스한 진심이 때로는 슬픔으로 가득 찬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온함을 주고, 풍요로운 마음을 간직하게 해 주는 듯 합니다. 특히 하느님 품으로 떠난 사촌 형 생각에 울적할 때, 그 아이들의 모습은 나에게 ‘제발, 부활 신앙을 제대로 믿으며 살라’는 격려와 같았습니다. 그 날, 복사 아이들이 보여준 당당하고 예쁜 모습은 지금도 나에게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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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1-2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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