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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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14) 가족, 그 큰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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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을 준비하는 연세 많은 할머니께 세례를 주고 온 보좌 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성급한 마음에 결론부터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갑자기 세례를 안 받겠다고 한 이유가 뭐였어? 빨리 얘기 좀 해 봐.”

“좀 기다려 보세요. 아무튼 가까스로 세례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주일학교 선생님도 저를 배웅하러 따라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선생님에게 물었죠. 도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그러자 그 선생님은 주저, 주저하더니 ‘그건…. 신부님이 세례를 받으면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다고 하시니까, 할머니가 그 말에 놀라서 그런 거예요. 실은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너무 미워하셨거든요. 우리 엄마는 그 내막을 다 아시는데, 저는 잘 몰라요. 저는 우리 할머니가 한평생 당신 가족들에 대한 사랑으로 끝까지 가정을 지키며 살아온 분이라는 것만 알아요. 그런데 할머니가 세례를 받으면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랑 다시 만난다니, 의식이 희미한 가운데에서 할아버지라는 말만 나왔는데, 놀라서 세례를 안 받겠다고 하셨어요. 그런 상황이니 마음 쓰지 마세요.”

“그런데 할머니 마음을 어떻게 돌렸어?”

“순간, 저 때문에 비상사태가 났잖아요. 그래서 가족들 모두가 할머니 곁에 다가와 귀에다 대고 다들 한 마디씩 했어요. 우리랑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영원히 함께 살자고. 특히 주일학교 선생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엄마, 엄마는 세례 받으면 나랑 영원히 함께 사는 거야. 하늘 나라에 가서도 엄마 옆에는 내가 있을 거고, 내 옆에는 엄마가 있어야 해. 나는 엄마 없는 하늘 나라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엄마, 엄마가 세례를 받으면 엄마 있는 그 곳에 나도 따라 갈 거야, 동생들도 다. 그리고 엄마, 엄마가 사랑하는 손자 손녀들도 다 그 곳에 갈 거야. 그래서 엄마, 우리 다시 만나, 그리고 영원히 함께 살자.’ 그러자 할머니가 힘없는 손으로 딸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그런 다음 세례를 받겠다고 하신 거예요.”

“와, 그 선생님네 가족들, 정말 사랑이… 너무나 따스하다.”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은 저에게 전화를 주셨어요. 지금 병실 분위기는 너무나 편안하다고. 그래서 저는 선생님에게 가족들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말했더니, 그 선생님은 아니라며, 모두가 다 그렇게 살지 않느냐고 말하더라고요. 그리고 선생님은 제게 말하기를, 자신의 할머니는 세례만 안 받았지, 한평생 신앙인 이상의 삶을 사셨다고 해요. 그래서 서서히 임종 준비를 하면서 할머니가 세례를 받도록 해 드린 거라고. 그런데 그 오랜 꿈이 이루어졌다고 가족들 모두가 행복해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신부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어요.”

“정말 수고 많았네. 그리고 가족들만이 아는 그 아픔이 할머니의 세례를 통해 다 씻겨 사라졌으면 좋겠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도 죽으면 영원히 함께 사는 거 맞지? 음, 지금 이 상태 그대로 하느님 나라 가며 더 좋겠다. 일 잘하는 우리 보좌, 하늘나라에서도 내 보좌하게 하하하.”

나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은 보좌 신부님은 허탈한 콧방귀를 뀌더니,

“정말, 저랑 그렇게 영원히 함께 살고 싶으세요? 내일부터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 드려야겠네요.”

암튼 할머니의 세례 장면을 상상해 보니 우습기도 하다가 마음이 짠-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 할머니의 부활 신앙이 나보다 훨씬 더 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례를 받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고, 그와 함께 죽은 뒤에는 하늘나라에서 그 누군가를 100% 다시 만난다는 확신에 찬 마음! 아무리 생각해도 그 할머니의 믿음은 대단하고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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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2-1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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