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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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19) 강아지 덕분에 넓어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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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성탄대축일 낮 미사를 봉헌한 후, 오후에 성지 마당을 둘러볼 때였습니다. 어느 형제님이 성지 마당에서 강아지랑 산책을 하는 듯 했고, 자매님은 성모님 앞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었습니다. 순간, ‘욱’ 하는 마음에 “성지에서는 애완동물 출입이 안 되며, 데리고 나가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렀던 모양입니다. 깜짝 놀란 형제님은 알았다는 손짓과 함께 강아지를 안았습니다.

성지를 둘러본 나는 성당 현관 문 안으로 들어가는데, 강아지를 품에 안은 형제님은 성지 경계 밖에 서서 나를 가리키며, 자기에게 좀 오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나는 할 수 없이 형제님 쪽으로 걸어갔더니, 형제님은 무척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당신이 여기 성당 관리인이야?”

“아뇨. 여기 주임 신부입니다.”

“신부님인가요?”

그 형제님은 ‘신부’라는 말에 마음이 약간 가라앉았는지…. 그래도 정색을 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소리를 질러요? 나도 다 생각이 있고, 양식이 있는 사람인데, 오늘 같이 좋은 날,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다고 나에게 소리를 질러요?”

아! 오늘은 성탄절인데, 다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내 곧,

“제가 소리를 질렀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여기 성지에는 애완동물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 점 양해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런 거 다 압니다. 그리고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그런 것 다 알아요. 그리고 저는 이 성지를 얼마나 아끼는 사람인데. 그런 신자에게 소리를 질러요?”

“아. 예. 소리 질렀다면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

암튼 그렇게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고, 나는 다시 사제관으로 들어오는데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성지에… 기도하는 공간에 강아지를… ‘욱…!’ 그 후 며칠 뒤, 본당 신자 분들과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의를 마친 후 차를 마시는데, 나는 성탄절 저녁에 있었던 강아지 주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러자 어느 자매님이 대뜸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신부님, 저도 강아지랑 산책하는데, 가끔은 강아지가 성지 성당 앞으로 가자며 조를 때가 있어요. 그러면 강아지 데리고 성당 앞으로 가요. 가는 동안 마치 왠지 우리 강아지가 신심이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강아지랑 성지 앞을 지날 때면, 우리 강아지에게 성모님에 대해 설명도 하고, 성인들의 모습에 대해서 가르쳐 주기도 해요. 그럴 때 알아듣는 듯 한 우리 강아지 모습을 모면 얼마나 대견하고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정말 강아지가 알아들어요?”

“그건 모르죠.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강아지는 나만 바라보고, 오로지 내 이야기를 잘 듣고 있기에 그것 자체가 기쁨인 거예요. 나와 언어가 다른 강아지와 무슨 많은 것들을 원하겠어요! 저는 우리 강아지가 내 말을 알아듣던지, 못 알아듣던지…. 그건 중요하지 않고, 단지 내 마음만 전할 뿐이에요. 그리고 행복해 하는 강아지를 보면 힘이 나고! 그러니 신부님. 강아지랑 성지에 들어온 분 있으면, 큰 소리로 뭐라 하지 말세요. 신부님 마음이 영 불편하시면 성당 사무실 직원 분에게 부탁하세요. 강아지 주인에게 가서 ‘애완동물 안됩니다’라는 말을 정중하게 해 주면, 그 분들은 무슨 말인지 다 알아 듣거든요.”

그 날, ‘강아지 주인과 있었던 사건’은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면서, 평소 내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를 묵상케 하였습니다. 좀 더 관대하고, 좀 더 너그럽고…,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욱’ 안하고, 소리 안 지르고! 강아지 덕분에 내 마음이 좀 넓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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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1-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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