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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월간 꿈 CUM] 꿈CUM 신앙칼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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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022>

살다 살다 별일 다 본다. 드라마에 내 이름이 나오다니 말이다.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우영우의 아빠 이름이 우광호다.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내 딸 우영우를 보고 있었다. 식당에서도 술집에서도 모두가 내 딸 우영우 얘기였다. 최근 만난한 사람은 명함을 보더니 “아~ 우영우 아빠네요”했다. 그래서 호기심에 딱 한 번 살짝 텔레비전 앞에 앉아본다는 것이, 아예 눌러 앉아버렸다. 우영우 앓이가 시작됐다. 우광호 딸 ‘우영우’의 매력 때문이었다. 그 우영우가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과 같이 앞에서부터 읽으나 뒤에서부터 읽으나 같은 말이 되는 어구를 회문(回文), 영어로 팰린드롬(palindrome)이라고 한다. 회문을 좀 더 찾아봤더니 ‘다시 합창 합시다’ ‘여보 안경 안보여’ ‘다들 잠들다’ 등 재미있는 말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영어에도 회문이 있을까? 많았다! eye(눈), level(단계), noon(정오)…. 그렇게 영어 단어들을 짚어 가다가 확 마음을 붙잡는 영어 회문을 만났다. ‘mom.’(엄마)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mom(엄마)이다. 내 가짜 딸 우영우와 내 진짜 엄마, 성모 마리아가 회문이라는 한 지점에서 만나고 있었다.

우영우는 엄마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고래 사냥법 중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그렇게 엄마 고래를 사냥하지.” 그렇다. 엄마 고래는 절대로 새끼 곁을 떠나지 않는다.

우영우는 삶의 불안함 속에서도 하나의 과녁에 집중하고, 그 명약관화함에 선한 의지의 화살을 날린다. 새끼 고래 우영우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화살이 과녁에 맞았는지 빗나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엄마 고래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무를 엄마 고래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세상살이의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몸이 불편하건, 혹은 마음이 불편하건, 세상의 모든 기러기, 토마토, 별똥별, 우영우가 선한 의지에 대한 보답을 받을 수 있도록, 엄마(mom) 마리아의 전구를 청한다.

우영우 아빠는 김밥집을 운영한다. 오늘은 김밥 두 줄을 사서 집에 가야겠다. 


글 _ 우광호 발행인
원주교구 출신.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가톨릭 언론에 몸담아 가톨릭평화방송·가톨릭평화신문 기자와 가톨릭신문 취재부장, 월간 가톨릭 비타꼰 편집장 및 주간을 지냈다. 저서로 「유대인 이야기」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성당평전」, 엮은 책으로 「경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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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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