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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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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얼굴마저 코미디 소재로 삼아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이주일은 그때 그 시절 우리들의 ‘광대’였습니다. 군인들이 나라를 다스리던 엄혹한 시절. 얼굴부터 몸짓에 이르기까지 웃음이 온몸에 배 있던 이주일 때문에 국민들은 행복했습니다. 어리버리한 말투로 툭툭 내뱉은 말은 금세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수지 큐’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손을 흔드는 오리 춤을 꼬마 아이들은 한 번씩 따라 해 보았던 그때 그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주일은 1981년 갑작스럽게 방송에서 퇴출당합니다. 명목으로는 ‘저질 코미디언’ 딱지가 이유였지만, 대통령과 머리 모양이 닮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존엄하신 권력자를 닮은 이가 방송에 나와 ‘뭔가 보여주겠습니다.’며 허풍을 떠는데, 대통령의 심기마저 경호하던 이들은 놀랐던 것이지요. 반대로 국민들은 해방감을 느꼈는데 말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변하면서, 일명 높으신 분들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 일도 계속 이어졌지만, 권력은 불편해 했습니다. 때론 ‘회장님’이 때론 ‘텔레토비’가 정치와 사회를 풍자하면 권력은 방송 퇴출과 프로그램 폐지로 대응했습니다. 웃자고 한 일인데, 정권은 죽자고 달려들었습니다. 무엇이 양심에 그리 찔리는지, 개그를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였습니다.

텔레비전이 끝나고 OTT의 시대가 시작되었지만, 정치풍자 앞에서 권력은 여전히 웃지 못했습니다. 화면에 나온 이가 누군가를 닮았다는 이유로, 혹은 누군가를 따라 한다는 이유로 그 누군가는 불편해 했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 정부 기관이 했던 일을 이제는 정치 팬덤이 합니다. 방송국에 전화하거나 혹은 출연자를 직접 비난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방송국은 여전히 눈치를 보고 가슴을 졸이며 방송을 하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한 OTT 프로그램이 화제입니다. 방송은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함께 대국민 설맞이 인사로 부른 합창과 과잉 경호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입틀막’ 사건 등을 풍자했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을 닮은 이는 풍자는 자신들의 권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유롭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하지요. 

이 말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자신들이 정치풍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느냐는 말에 정치풍자는 방송의 권리라고 한 윤 대통령의 말을 다시 꺼내어 본 것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말처럼, 정말 방송은 자유롭게 정치를 아니 권력자를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인가.

대통령에게 소리치는 사람은 입이 틀어 막혀 들려 나가고, 방송 기상예보 숫자 1을 보고 선거 개입이라고 말하는 지금. 대통령 부인을 ‘여사’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방송국이 징계를 받는 지금.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한 방송이 징계 받는 지금. 그래서 지금 우리가 엄혹했던 시절의 코미디언을 다시 떠올려 보는 이유는, 그 시절이 그리워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웃음꺼리로 만들어서까지 세상을 풍자하던 그때 그 시절의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 돌아온 것 같은 우리의 걱정 때문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입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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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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