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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 CUM] 꿈CUM 묵상_예수의 일생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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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구하러 다니는 제자들에게 아이는 스스럼없이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를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술렁입니다. 각자 가지고 온 것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죠. 이렇게 5000명이 다 내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5000명이 먹고도 남을 양이 생깁니다.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은 이렇게 한 어린아이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본받아야 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르 10,14)라는 예수님 말씀은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릅니다. 어른들은 계산만 하고 앉아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지금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일까?’ 따집니다. 주기만 해야 한다면 아예 만나지를 않습니다.

똑같은 책이어도 어른들은 숫자만 보고, 아이들은 글씨와 사진을 보는 책이 있습니다. 어떤 책일까요? 

‘메뉴판’입니다.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데, 어른들은 메뉴판에 적힌 가격표의 숫자를 봅니다. 계산합니다. 내가 사야 할 때는 싼 것을, 다른 사람이 계산할 때는 비싼 것을…. 이 책은 참 신기합니다. 같은 책인데도 어른들은 숫자만 보고, 아이들은 사진과 글자만 봅니다.

또 아이들은 친구가 이사 간다고 하면 ‘너 거기 강아지 키울 수 있니?’ ‘마당에서 뛰어놀 수 있니?’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프리미엄이 얼마나 붙어?’ ‘몇 평이야?’라고 묻습니다. 어른들은 머리에 숫자가 가득 차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주 삼라만상을 꿰뚫어 보시기에 가장 뛰어난 화학자이시고 물리학자, 수학자이십니다. 하지만 산수를 못 하십니다. 아예 계산을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온 사람과 나중에 온 사람을 똑같이 대하시는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아이들도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계산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계산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 제가 1000원 드렸으니까, 2000원 주세요.” 하느님은 이런 인간적인 셈법에 휘둘릴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거래를 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1000원 가지고 있으면 그냥 1000원 드리면 됩니다. 그러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수많은 사람이 먹고도 남을 음식이 생깁니다.

성모님은 1917년 5월 13일, 인구 1만여 명의 작은 도시였던 포르투갈의 파티마 근교의 목초지에 루치아, 프란치스코, 히아친타 세 어린이에게 발현하셨습니다. 왜 어른이 아니고 아이들 앞에 발현하신 것일까요. 성모님이 “너희가 세상을 위해 묵주기도 좀 해줄래?” 하니까 아이들은 단순하게 “네 아줌마. 그렇게 할게요”라고 했습니다.

만약 지금 성모님이 제 앞에 발현하셔서 “세계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좀 해주겠니?”라고 말하신다면 나는 아마도 “아줌마. 제가 지금 여기서 묵주기도 한다고 해서 세계 평화가 과연 올까요?”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정치인들 앞에 직접 발현하셔서 말씀해 주시는 것이 더 빠른 방법 아닐까요?”라고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어린아이들의 것입니다. 우리도 어린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내가 다 알아서 하는 사람은 하느님이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어린아이들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엄마. 이것 좀 도와주세요”라고 청합니다. 어린아이는 엄마가 필요합니다. 우리도 하느님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아이들을 좋아하시는 이유는 스스럼없이 다가와 폭 안기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어린아이처럼 예수님께 다가가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이야기하시면 계산하지 말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아직도 메뉴판을 볼 때 숫자만 보시나요?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삽화 _ 김 사무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건축 디자이너이며, 제주 아마추어 미술인 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 중문. 강정. 삼양 등지에서 수채화 위주의 그림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건축 인테리어 회사인 Design SAM의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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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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