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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80주년 맞은 황해도 감목대리구

통일 교회 준비하며 66년 만에 부활


 
▲ 1900년대 초 활동한 황해도 장연본당 2대 주임 르 장드르 신부와 신자들의 모습(한국교회사연구소 제공).
 
신자들의 뇌리에서 아련한 기억마저 지워져가던 북녘 땅 황해도 지역 교회가 80년 세월을 뛰어넘어 새롭게 신자들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지난해 12월 11일자로 원로사목자인 최승룡 신부를 황해도 감목대리구 교구장 대리로 임명함으로써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져가던 존재를 드러낸 황해도 지역 교회는 스러져가던 교회사의 복원이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올해로 대리구 설정 80주년을 맞은 황해도 감목대리구의 역사와 현재적 의미를 되짚어본다.


황해도 감목대리구의 발자취

황해도 감목대리구는 제8대 서울교구장 뮈텔 주교가 1928년 1월 21일 교서를 발표해 황해도를 감목대리 지방으로 설정하고 초대 감목대리에 황해도 장연본당 주임 김명제 신부를 임명함으로써 처음으로 한국교회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해도 감목대리구(Vicariatus Foraneus) 설정은 장차 한국인 주교를 탄생시켜 본토인 자치교구로 승격시키려는 교회의 토착화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한국 교회 창설 140여년 만에 최초로 시행된 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1831년 조선교구 설정 이래 100여년 동안 파리외방전교회의 사목과 원조에 의존해 온 한국 교회로선 전환점을 맞는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한국 교회는 서울 대구 원산 연길 평양 등 5개 교구 모두를 외국인이 맡아 이끌고 있었지만 신자 수가 10만 명에 이르는 등 한국인이 자치교구를 이끌어갈 만큼 성장하면서 자치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아울러 일본 제국주의가 식민 통치를 강화해 교회 활동을 간섭하고 규제하는 강도를 점차 높여나가자 한국 교회의 일본 귀속을 막기 위한 예언자적 조치이기도 했다.

감목대리구 설정 당시 황해도 지방에는 매화동 장연 재령 은율 사리원 해주 사창 등 7개 본당에서 사제 8명(한국인 7명, 프랑스인 1명)이 사목하고 있었으며, 7361명의 신자가 신앙의 여정을 걷고 있었다.

감목대리 김명제 신부는 황해도 지방 신자들에게 교회 자립 정신을 고취시키고 전교활동을 합리적 조직적으로 전개해 자치교구 승격에 대비한 교회 공동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1928년 3월 7일 '황해도 감목대리구 자치기성회'를 조직하는 등 황해도를 자치교구로 승격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감목대리구 이후 본당 설립도 활발해져 1928년 곡산과 삼차동본당이 신설된 것을 시작으로, 1930년 신천, 1936년 안악, 1938년 연안, 1939년 장련 옹진 송화 송림본당이 설립되는 등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감목대리구는 교육에도 역점을 뒀다. 1929년 은율본당에서 가난한 아이들에게 초등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해성야학원'을 개원한 것을 필두로, 1933년 곡성본당 소화유치원, 1936년 신천본당 미화유치원, 1937년 사리원본당 봉화유치원이 각각 문을 열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했다. 또, 재령본당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아동들을 위해 '중등강의록'으로 중학과정을 가르치는 사설 학교를 운영하는가 하면 무료진료소 성심의원을 개원해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봉사를 펼치는 등 가난한 민중 속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감목대리구 폐지

이렇듯 발전을 거듭하던 황해도 감목대리구는 1942년 1월 3일 서울 명동본당 노기남 신부가 주교로 임명돼 서울교구장 겸 평양·춘천 지목구장으로 착좌한 후 18일 열린 참사회의에서 감목대리구 폐지를 결정함으로써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됐다. 이 결정으로 김명제 신부도 감목대리직에서 자동 해임됐다.

황해도 감목대리구가 폐지된 것은 서울교구장에 한국인 주교가 임명됨으로써 한국인 교구 설정을 목적으로 한 감목대리구의 설립 의미를 충족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정세로 볼 때 감목대리구가 자치교구로 승격되더라도 일본인 주교가 교구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황해도 지역을 서울교구장이 직접 관할할 목적으로 폐지하게 된 것이다.


감목대리구 부활 의미

새 교구장 대리 임명으로 66년 만에 부활하게 된 황해도 감목대리구는 민족화해의 여정과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통일사목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읽게 한다.

같은 북녘 땅에 속해 있으면서도 지난해 교구 설정 80돌을 맞은 평양교구가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통해 북녘 신자 및 교회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킴으로써 민족화해 여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전례가 있어 황해도 감목대리구도 설정 80주년을 맞으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특히 신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황해도 지방 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냄으로써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사목권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 감목대리구란?

감목대리구는 교구의 사목을 공동 활동으로 증진시키기 위하여 인근의 여러 본당 사목구들을 하나의 연합으로 결합시킨 '감목(주교)을 대리한 지구'를 말한다.(교회법 374조, 553~555조 참조) 포교지에서는 성격을 달리해 장차 교구를 만들기 위한 첫 준비 단계로 적용되었다.

감목대리는 주교를 대신하여 이 지구를 통괄하는 사제를 일컫는다. 교구장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해당 대리구에 감목대리를 임명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 감목대리는 자신에게 맡겨진 대리구 내의 공동 사목 활동을 증진시키고 조정하는 일 뿐 아니라 견진성사 집전권까지 위임받았다.

한국 교회에서 감목대리구가 처음 선보인 것은 황해도 지역을 본토인이 담당하는 교구로 발족시키려는 목적으로 1928년 황해도 감목대리구를 설정하면서였다. 감목대리구 제도는 한국교회사에 있어 교구의 증설, 무엇보다도 본토인(한국인) 교구의 육성을 촉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서상덕 기자 sang@catholictimes.org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08.01.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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