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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 수녀엄마 얼굴에 웃음꽃 활짝

꿈을 향해 도전하는 알로이시오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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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장을 내민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등학교 학생들이 수녀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
 
 
부산 소년의 집 생활 고교 2·3학년생
대기업 취업과 대학합격 소식 잇따라
수녀들의 애틋한 사랑, 헌신 열매 맺어

   서울에 강남엄마들의 치맛바람이 분다면 부산 송도 바닷가 마을에는 수녀엄마들의 치맛바람이 분다. 강남엄마들의 강점이 정보력과 기동력, 부지런함이라면 수녀엄마들이 내세울 건 기도와 인내, 기다림이다.

 수능 성적 발표를 앞둔 입시철. 부산 소년의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마리아수녀회 수녀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등학교 2ㆍ3학년 학생들이 대기업 취업과 대학합격 소식을 줄줄이 안겨줬기 때문이다.

 최광덕(대건 안드레아, 고3)ㆍ김진수(다니엘, 고2)군은 모바일 로보틱스(로봇 기능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1등을 해 우승자 특채로 삼성전자 입사 기회를 잡았다. 이석원(바오로, 고3)ㆍ조민창(바르톨로메오, 고3)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와 중앙대 음대 수시전형에 나란히 합격했다.

 서수봉(베드로, 고2)ㆍ문성근(안토니오, 고2)ㆍ배희찬(바실리오, 고2)군은 한화건설 공채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도현(도미니코, 고2)군은 최근 KBS 청소년 취업프로그램에서 우승해 포스코에 입사했고, 스키종목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는 조경란(데레사, 고3)양은 동신대 운동처방학과에 합격했다. 박은비(안나, 고3)양은 부산가톨릭대 물리치료학과에 합격했다.

 수능시험 전날 이들을 만났다. 피자를 먹으며 분위기가 편안해지자 학생들은 하나둘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입시가 정말 피를 말리더라고요.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소등시간 때문에 밤늦게까지 공부하기가 어려웠어요."

 "반항도 많이 했어요.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모든 상황이 받아들이기 싫었고…."

 40대 1 경쟁률을 뚫고 음대에 합격한 조민창군은 여름 내내 연습실에서 살았다. 온종일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보니 짜증과 고투를 벌여야 했고, 그때마다 송도 바닷가로 달려가 욕심을 내려놓고 왔다.

 운동선수가 꿈인 조경란양은 "꿈이 생기면서 철이 들었고, 수녀님의 사랑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녀들은 경란양이 합숙훈련에 갈 때마다 홍삼을 끓여 먹였다. 경란양은 수녀들의 사랑을 받을수록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깊어졌다. 경란양은 "신앙 없는 삶을 살았다면 불안했을 것"이라며 "보안이 철저한 하느님은 내가 슬프고 화가 날 때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이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수업을 받으려면 후원자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멘토 혹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수업을 해주는 게 전부다.

 수녀들의 애틋한 사랑과 헌신으로 구김살 없이 자라온 이들의 꿈은 한결같다.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서수봉군은 "사실 가끔은 부모님이 어떻게 사실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부모님보다 더 좋은 수녀님이 계시고, 수녀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왔다"고 말했다. 마른 체형 때문에 `밥은 먹고 다니냐`가 별명이라는 최광덕군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 여행도 다니고 우리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배희찬군은 매일 밤 자기 전에 아프리카의 굶주린 친구들을 위해 기도한다. 희찬군은 올해 필리핀 빈민촌에 다녀온 후 자신이 처한 환경에 감사하게 됐다. 문성근군은 가난한 이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이석원군은 음악재단을 만들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악기를 선물하는 게 꿈이다.

 조민창군은 "제게 악기를 쥐어준 환경에 감사하다"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울림으로 감동을 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 소년의 집 원장 안 셀리나 수녀는 "아이들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을 안겨줘서 고맙다"며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자라온 이들은 내년 2월 졸업 후, 수녀들 품을 떠나 각자 꿈을 향한 날갯짓을 시작한다. 대학 등록금은 후원자들 도움으로 마련하고,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한다. 수녀들은 울타리를 벗어나는 졸업생들에게 밑반찬을 보내주는 등 뒷바라지를 이어간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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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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