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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는 사목'' 실천하는 어느 본당 신부 이야기

가정방문 땐 냉수 한 잔… 반미사 후 발씻김 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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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떠는 이웃 잊지 않으려 겨울에도 샌들
영명축일 선물은 냉담교우… 사제관 늘 개방



 
▲ ㄱ신부는 가정 반미사에서 `가난에 병든` 신자들 발을 닦아준다. 삽화=임선형
 
 
    ㄱ신부는 늘 샌들을 신고 다닌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미사를 집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샌들을 고집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북방선교 일환으로 중국에 10년 넘게 머무는 동안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숱하게 만났다. 그는 "나는 미련해서 무얼 자주 잊어버린다"며 "내가 추위에 떨지 않으면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이웃을 잊을 것 같아서 발버둥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늘 깨어있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는 2년 전 귀국해 가난한 신자들이 많은 ○○본당에 부임했다. 미사를 봉헌하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중국 당국이 공적 미사 봉헌을 허가하지 않아 10년 내내 홀로 벽을 보고 미사를 드렸다. "또한 사제와 함께"라는 응송도 사제인 그가 직접 했다. 그런데 본당에 부임하니까 신자들이 그 응송을 큰 소리로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감동을 잊지 않고 정성을 다해 미사를 드린다.

 그는 신자들 얼굴을 익힐 겸 해서 가정을 방문하며 반미사를 봉헌했다. 그때 `냉수 한 잔` 원칙을 세웠다. 그런데 인삼차를 내온 가정이 있었다. 그는 "이걸 마시면 인삼차도 내올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서는 반미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된다"며 끝내 그걸 물렸다.

 그는 반미사를 봉헌할 때면 강론을 짧게 하고, 신자 한 명 한 명의 발을 닦아준다. 그는 "눈물 콧물 정신없이 쏟는 신자들 얼굴을 그냥 바라볼 수 없어서 가난에 병든 발만 바라보며 정성껏 닦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얼마나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지 신자들 발 모양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그들의 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따뜻한 사랑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명축일 축하행사도 하지 않는다. 영적ㆍ물적 예물도 받지 않는다. 대신 영명축일이면 하루 종일 고해소에 들어가 냉담을 풀고 돌아온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평소 신자들에게 "그토록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데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정 선물을 하고 싶으시면 냉담교우를 데려와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착한 신자들이 (냉담기간을 고급양주 숙성기간에 빗대) 7년산, 21년산, 심지어 50년산 선물을 끌고 온다"고 말했다. 사제관 문도 열어 놓고 산다. 그는 "할머니들이 찾아와 가끔 짜장면을 시켜달라고 하신다"며 웃었다.

 ㄱ신부는 "신자들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한다"며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신자들은 신부의 미소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ㄱ신부는 16일 `전례의 활성화를 통한 냉담교우 예방` 세미나에 참석해 자신의 삶을 털어놨다. 그는 "동창 신부가 발표를 부탁해 마지못해 나왔지만, 사실 본당에 전례 활성화 대책이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너나없이 "ㄱ신부 삶 자체가 살아있는 전례"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6면

 ㄱ신부는 "부득이하게 참석했지만, 신문에 본당과 이름이 나가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조용히 행복하게 살고 싶다. 세상에 알려지는 건 하느님 뜻에 반하는 일 같다"고 이유를 댔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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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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