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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오 신부의 "사제로 산다는 것은"] (1) 하느님은 마음을 보시지만

"저도 외모가 아닌, 마음을 보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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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상대원본당 조영오 주임신부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국교회 사제들과 공유하고 싶은 단상을 평화신문으로 보내왔다. 조 신부는 글을 보내온 전자우편에서 "모든 신부님이 보시겠지만 특히 젊은 사제와 부모님의 장례를 치를 연배가 되신 중견 신부님, 회갑 및 은퇴를 앞둔 원로 신부님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것들"이라고 밝혔다. 세 차례에 걸쳐 조 신부 글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사제들을 위한 글이다.


 
사제들의 다양한 두발 수염, 예술가 보는 듯
깔끔한 얼굴, 단정한 복장으로 품위 지켰으면

   성소국장 시절에 신학생에게 강조한 것 중 하나는 복장을 포함한 외적 품위(?)였다.

 군종신부 생활을 마치고 시골 본당에 있다가 성소국에 들어가 일하면서 신학생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예전 나의 신학생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매우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스스럼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마치 친구 같았다. 교회의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들을 대하는 것이 항상 기뻤다.

 그러나 문제는 신학생들 복장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모인 첫 모임에서 복장에 대해 마치 규정처럼 강조했다.

 "반바지, 슬리퍼, 운동복, 라운드 티셔츠, 과도한 색상의 옷, 민소매, 그리고 속옷도 사각이 아닌 것 등 이런 복장은 절대 안 된다. 또한 단정한 두발과 깔끔한 면도는 기본이다."

 "하느님은 마음을 보시지만(1사무 16,8) 나는 너희의 외모를 본다. 내 눈에 신학생으로 보이지 않으면 신학생으로 대우하지 않겠다"하며 항상 정복 착용을 요구했다. 그리고 신학생 복장-짙은 바지와 구두, 흰색 상의-을 하지 않은 신학생은 만나지 않고 돌려보냈다.

 또 서품미사 때 사진기자와 방송기자에게도 청바지와 티셔츠 대신 정장을 하고 취재하도록 부탁했다. 그들도 미사에 대한 예의를 지켜 주었다. 그 후로는 깔끔한 외모와 단정한 복장의 신학생만 보게 되었다.

 그런데 사제들이 많이 모이는 공식적 행사에 갈 때마다 보게 되는 것이 있다. 사제들의 갖가지 형태의 두발과 수염, 다양한 색상의 복장들, 점퍼, 누런 신발 등. 이제는 두발 모양이나 수염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그 수도 많아졌다. 마치 연예인이나 예술가를 보는 듯하다.

 옛날에는 피부가 약해 칼을 대고 면도를 할 수 없는 사제는 주교님 허락을 얻어야 했다(구<舊> 교회법, 1917년). 현재 교회법전(1983년)에는 이런 조항들이 다 삭제됐다. 예전 신학교에서 교회법을 배울 때 지난 5월에 선종하신 교회법박사 박준영 몬시뇰께서는 "아마도 동양인에 비해 월등히 수염이 많은 서양 사제들이 구 교회법을 잘 지켜왔기에 명시할 필요가 없어서 새 법전에서 삭제된 것이리라"하시며, 자신의 깔끔한 얼굴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으셨던 것이 기억난다.

 교회에서 검은색은 `세상에서는 죽었다`는 의미다. 아무 색이라도 괜찮다면 전례의 색깔은 무슨 의미로 설명할 것인가? `보수적이고 원리주의적인 생각`이라고 치부하고 말 일인가? 보기가 민망하다고 내게 하소연하는 신자들의 소리는 불평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지금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인식이 보편적인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교회 공식 행사 때마다 사무엘을 생각하게 된다. 사무엘은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기름을 부으려 했다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비로소 소년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성별하였다(1사무 16장 참조). 이제는 이렇게 기도를 한다. "하느님! 저도 외모가 아닌, 마음을 보게 해주십시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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