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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오 신부의 ''사제로 산다는 것은''] (2) 사제 부모 장례미사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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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사제마다 미사 봉헌… 교구 행사 수준
정작 수고하는 신자는 어떤 기도를 드릴까

   성당 가까이에 남한산성 성지가 있어 자주 가게 된다. 남한산성 성지는 신유박해(1801년) 때 한덕운(토마스)이 동문 밖에서 순교한 것을 시작으로, 기해박해(1839년)와 병인박해(1866년) 때 순교한 37위를 포함해 기록이 없어 이름을 알 수 없는 교우 300여 명이 순교한 그야말로 뜻깊은 치명지이다.

 남한산성 성지를 `연령을 위한 안식처`라 부르게 된 이유는 순교자 한 토마스가 신유박해 때 참수당한 신자들 시신을 거둬 기도하고 장사를 지내줬기 때문이다. 그도 이 일로 붙잡혀 신유년 12월 27일(음력)에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그래서 각 본당 연령회원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장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사에서 가장 큰일이다. 우리 교회는 장례를 매우 중시한다. 기도 형식도 한국교회가 가장 발달했다. 연도(煉禱-죽은 이를 위한 기도)와 임종부터 하관까지 그 예절과 기도문이 참으로 정중해 많은 미신자가 장례 후 입교하는 것은 큰 보람이다. 누구나 한국교회의 장례예절을 참으로 아름답다고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분위기가 다른 장례가 생겼다. 사제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거행하는 장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의 교구 행사 수준에 이르게 됐다.

 교구마다 다르겠지만 사제 부모장례 때는 교구 사제단이 거의 다 참석한다. 강론도 본당 사제가 하지 않고 대개 동창 사제나 인척 또는 고인과 관계가 있는 사제가 한다. 그리고 장례 기간 내내 많은 사제가 빈소에 방문해 미사를 드린다. 수원교구는 `사제 부모 사망 시 장례미사를 포함하여 1대의 위령미사를 봉헌`(규정집 2사제 제9조 2항)하도록 돼 있다. 즉 장소와 관계없이 위령미사 한 대를 드려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장례 때 미사를 드리는 것은 물론 빈소(보통은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기에 사제가 빈소에 도착할 때마다 미사를 드리게 된다. 한 장소에서 거의 끊임없이 미사가 봉헌되는 것이다. 오는 사제마다 규정을 지키는 것이다.(몇몇 수도회에서도 수도자 부모 장례 때 동료 수도자들이 빈소를 방문하거나 장례에 함께한다.)

 장례 기간 내내 연령회와 성모회, 그리고 본당의 여러 신자가 많은 수고를 한다. 더욱이 해당 사제의 본당 교우뿐만 아니라, 그 전(前) 본당 교우까지 함께해 연도와 미사를 바친다. 분명 보통의 신자 장례와는 분위기가 다른 것이다. 그 유익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정작 수고하는 많은 신자는 어떤 기도를 드리며 임하고 있을까.

 사제는 신학교에 들어갈 때 주님 부르심의 말씀을 듣는다.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루카 9,60).

 남한산성 성지를 거닐 때마다 한 토마스 순교자가 순교한 교우들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지내며 드렸을 그 간절한 기도를 생각한다. 지금도 순교자 홍낙민(바오로)의 아들 홍재영(프로타시오, 후에 순교함)에게 "넌 왜 순교하지 않았는가?"하고 엄하게 꾸짖었던 한 토마스 순교자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조영오 신부
(수원교구 상대원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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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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