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 갇힌 몸으로 희망의 노래 부르는 전신마비 장애인 이의빈씨
▲ 전동휠체어에 앉은 이의빈씨가 도티기념병원 마당에서 권 클라라 수녀(오른쪽부터), 최진호 봉사자, 신 엘리사벳 수녀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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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³-4x=0, 4x(x²-1)=0, x=0, -1, 1.
숨죽이고 바라보던 엄마 수녀들이 "와~"하고 탄성을 지르자, 이씨가 쑥스럽게 웃는다. 창 밖에선 운동장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오고, 침상 옆에는 유년시절에 뛰어놀던 사진이 놓여있다. 한쪽 벽에는 새해 다짐 20가지가 적혀있다.
`수녀님이 말할 때 아니오가 아니라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음식을 골고루 먹을 것이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기왕 해야 할 일이면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 사고가 나기 전 이의빈씨 어릴 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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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이제 못 움직입니다…." 당시 축구부 주장이었던 그는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녀들을 엄마라 부르며 자란 이씨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현실에서 여러 번 좌절했다.
주방 수녀가 해주는 음식 앞에서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의 삶을 불평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래도 너는 몸이 멀쩡하잖아,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잖아` 하며 한탄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사는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곁에 천사들이 나타났다.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후 장애인 보조기기를 연구하는 김종배(국립재활원 보조공학연구소) 소장이 그의 멘토가 되어줬다. 김 소장은 새로운 보조기기를 개발할 때마다 이씨에게 시연을 시키고 조언을 듣는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서울대) 교수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씨를 만나러 와 격려해줬다.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이씨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주겠다는 과외 봉사자들이 찾아왔다. 대부 이의석(대건 안드레아) 의사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그의 영적 아버지로 동행해주고 있다. 그가 형이라 부르는, 24시간 그의 곁을 지켜주는 봉사자(최진호 베드로)도 생겼다.
그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 감사할 수 있는 작은 자유를 선택하니 큰 기쁨이 찾아왔다.
▲ 대입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이의빈씨.
도티기념병원에 마련된 그의 방에서 코끝에 붙인 마우스 센서를 움직여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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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해 프로그램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내가 무엇을 이루는 것보다 항상 나를 신경쓰고 도와주는 수녀님과 친구들이 잘 되는 게 더 기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세월이 가면 소홀해질 수 있는데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랑을 주시는 수녀님들을 보면 숙연해진다"며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사랑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잠들기 전 항상 묵주기도를 바치고, 주일 아침 8시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준비하는 이씨는 지난해 12월 견진성사도 받았다. 이씨는 "견진성사를 받는다는 건 영적으로 성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