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절망의 끝에서 하느님 사랑 만났어요"

고통 딛고 진정한 부활 맞는 윤상례씨 모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윤상례(오른쪽)씨와 딸 김주희씨가 S사 사무실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딸이 시력을 잃을 테니 `점자공부를 시켜라`는 의사 소견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서울 도봉구에 있는 사무실 한쪽에서 제품을 꼼꼼히 살피는 큰딸 김주희(로사리아, 27)씨를 바라보는 윤상례(데레사, 53)씨는 만감이 교차한다. 윤씨와 딸이 운영하는 S사는 인터넷 유명 쇼핑몰에서 스탬프(그림을 찍는 도장)ㆍ그림 스티커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탬프 업계에서는 독보적 존재로 명성이 자자하다.

 윤씨는 "딸이 12살 때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절망 속에서 문득 맏이는 하느님의 것이라는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결혼 후 남편과 종교가 달라 16년간 냉담했던 윤씨는 시련을 통해 하느님께서 당신 현존을 보여주신 것이라 믿었다. 그날로 오랜 냉담을 풀었다.

 딸은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오른쪽 눈은 실명하고 왼쪽 눈은 시야가 좁아졌다. 남편 사업도 실패해 가세도 기운 상황이었다.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심정으로 남편과 두 딸도 세례를 받았다.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큰딸은 수술 후 학교 아이들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자퇴했다. 제대로 된 외출 한 번 못하고 평소 좋아하던 스탬프ㆍ스티커를 벗 삼아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윤씨는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친구 하나 없이 집에서 홀로 스탬프를 집안 가득 모으는 딸을 보면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며 "딸을 야단도 치고 말려도 봤지만, 아이의 유일한 낙을 막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딸은 21살 되던 해에 "스탬프 만드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내놨다. 취미가 사업이 됐다. 처음 2~3년은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나머지는 주님께 기도하고 매달렸다. 모녀는 "주님의 지혜를 받게 해달라, 우리를 주님의 도구로 써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했다.

 주님께서 응답하신 걸까, 윤씨는 기도 중에 "아이처럼 온전히 의탁하라"는 환시를 봤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믿음 하나로 딸을 돕기 위해 잘 나가던 보험 영업사원 일도 그만두고 딸의 사업에 동참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주문이 쏟아졌다. 윤씨는 "제품에 선을 한 줄 한 줄 그릴 때마다 기도한다"며 "대학생들이 그린 신선한 디자인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웃었다. 남편도 함께 비지땀을 쏟았다. 사업은 날로 탄탄해졌다. 회사의 주인은 주님이라는 믿음으로 매달 수익의 십일조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쓴다.

 그는 취업 등 문제로 주님과 멀어지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그리스도인은 힘든 시기일수록 주님께 매달려야 하는데, 많은 청년이 쉽게 절망하고 냉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씨는 똑똑하지도, 배움의 끈이 길지도 않은 딸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주님께서 딸을 당신의 도구로 쓰기 위해 부르셨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윤씨는 "딸이 착하고 신앙심 깊은 짝을 얻어 가족이 다 함께 음악 봉사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딸 김씨는 "뇌종양은 주님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며 "가족과 함께 음악으로 주님을 섬기는 삶을 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4-0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시편 118장 28절
당신은 저의 하느님, 당신을 찬송합니다. 저의 하느님, 당신을 높이 기립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