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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희망과 도전] 더 많은 이주여성에게 힘이 돼야죠

혼인 13년 차 필리핀 이주여성 돈나벨 카시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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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고 힘든 이주여성들은 저를 찾으세요!"
 필리핀 이주여성 돈나벨 카시퐁씨가 환히 웃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언니, 저 남편이랑 또 싸웠어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어느 날 새벽, 필리핀 이주여성 돈나벨 카시퐁(40, 서울 혜화동본당)씨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한국에 시집온 지 얼마 안 된 20대 필리핀 이주여성의 흐느낌이 수화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돈나벨씨는 따뜻한 목소리로 "조금만 더 참으면 꼭 좋은 날이 올거야"라고 다독거렸다.

 돈나벨씨는 서울 동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필리핀어 통번역 지원사로 일하며 서울과 경기지역으로 시집온 필리핀 여성들을 돕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민을 상담해오는 이주여성들이 많아 그의 휴대전화는 쉴 틈 없이 울린다.

 "갓 시집온 이주여성들을 보면 마치 예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그는 1999년 한국인 김점수(47)씨와 결혼해 아들 김광민(10, 미카엘)ㆍ정민
(8, 라우렌시오스)군을 둔 어엿한 결혼 13년 차 주부다. 그가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만 해도 다문화가정을 돌보는 기관이나 단체가 거의 없어 홀로 모든 것을 극복해야 했다.

 지독한 향수(鄕愁)와 외로움으로 힘들었던 그는 일거리를 얻고나서야 생기를 되찾았다. 필리핀에서 방송국 성우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기 시작한 것. 숨통이 조금씩 트여가자 마음 속에서는 새내기 이주여성들을 돕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제 막 한국에서 새 출발을 하려는 이주여성들에게 제가 겪은 외로움과 아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들에게 친정엄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가고 싶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문을 두드렸어요."

 그는 본업 외에 각종 문제 해결사(?)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관공서 서류처리, 병원진료, 자녀 알림장 및 통신문 번역, 부부싸움 중재까지 다문화가정의 모든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다.

 돈나벨씨는 "처음에는 남의 일로 왜 그리 바쁘냐며 핀잔을 주던 남편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 일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고, 보람을 느끼는 저를 보면서 남편도 뿌듯했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돈나벨씨의 일에 대한 열정이 그의 가정에도 활력을 불어넣은 셈이 됐다. 종합병원 관리직으로 근무하는 남편 김씨는 쉬는 날이면 돈나벨씨 출퇴근을 돕기도 한다. 또 시댁에서도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가는 며느리가 기특한 지 명절 때 만나기만 하면 칭찬세례가 쏟아진다는 후문이다.

 그는 한국에 필리핀 문화를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웅진재단에서 지원하는 다문화음악방송(www.wjf.kr)에 출연해 필리핀의 문화, 음식, 의상 등을 소개한다.

 "매일 울기만 하던 여성들이 `언니 덕에 힘이 났다`,`앞으로 잘 살겠다`라고 말할 때 가장 행복해요. 더 많은 이주여성에게 힘이 돼주고 싶어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남편과 두 아이에게 떳떳해지는 것이고, 하느님께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니까요."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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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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