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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들 보살핀 따뜻한 손길 잊을 수 없어

앙드레 몽띠 빠리스 수사 도움 받은 전쟁 고아 찾는 최용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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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학씨가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앙드레 몽띠 빠리스 수사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백영민 기자
 

 
▲ 앙드레 몽띠 빠리스 수사.
 

   "한국전쟁 직후 고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봐주신 벨기에 출신 앙드레 몽띠 빠리스(Monsieur Andre Motte dit Falisse, 1924~1993) 수사님 은혜를 잊을 수 없습니다. 수사님 도움을 받은 고아들을 찾아 함께 추모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최용학(안드레아, 74, 전 평택대 교육대학원장)씨는 고아다.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중국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해방된 이듬해 어머니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어머니는 기근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겨우 12살이었다.

 한국전쟁 시절 미군 부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하우스보이로 일하던 그는 추운 겨울, 깡통에 든 휘발유를 모닥불에 붓다가 깡통을 놓쳐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미군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서울 적십자병원 무료병동으로 옮겨진 그는 소금국과 누룽지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어느 날 저녁 간호사 안내로 예수님처럼 생긴 외국인이 병실로 들어왔습니다. 그분은 제가 고아란 것을 알고 담요에 싸서 포근히 안고 서울 중림동에 있는 성가보육원으로 데려가셨습니다."

 그가 빠리스 수사였다. 수사는 오갈 곳 없는 고아들을 데려다 재우고 먹였다. 상처난 곳에는 연고를 발라주고, 아이들 끼니를 위해서라면 체면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서든 손을 내밀었다. 고아들이 세례를 받을 때에는 대부가 돼 신앙적으로도 돌봐줬다.

 서너 명에 불과했던 고아들은 금세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고아들은 빠리스 수사가 서울 약현성당(현 서울 중림동약현성당) 내에 세운 성요셉의원에서 신발을 정리하고 환자들을 안내하는 일을 도맡았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무렵, 소식이 끊겼던 작은 아버지와 연락이 닿아 거처를 옮겼다. 야간고등학교에 입학한 최씨는 낮에는 직공, 외판원으로 일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늦은 나이에 외국어대 러시아과에 입학한 그는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필리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실패할 때마다 `나 같은 고아는…`하며 좌절했지만 수사의 사랑을 기억했다.

 "수사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힘든 순간이 닥쳐올 때마다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아프고 배고파 쩔쩔매던 시절, 수사님이 버터를 발라 구워준 식빵 맛은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수사님의 따뜻한 품에서 저는 삶을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가 보육원을 나온 후 빠리스 수사와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그 후 수소문 끝에 1993년 그의 벨기에 자택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보냈다. 몇 개월이 지나 답장이 왔다. "내가 점점 기력이 안 좋아진다. 죽기 전에 한국 땅을 밟아 널 만나고 싶다. 불쌍한 아이들을 잊지 말고 살아라. 그리고 네 자식들은 내 친손주와 다름없다."

 빠리스 수사는 편지를 주고 받은 그 해에 세상을 떠났다.
 최씨는 "성가보육원에서 함께 세례를 받은 고아들이 지금은 대부분 노인들이 됐다"며 "이들을 찾아 수사님 묘지에 가서 함께 기도드리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친구들 이름을 댔다. 당시 보육원에서 함께 지낸 친구들은 김용균(엠마누엘), 김선례, 김창호, 박평권, 황수연(베드로), 이길자(마리아), 석금정(라파엘), 김규환씨 등이다.

 최씨는 "수사님을 통해 죽어 있던 마음에 부활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며 "파란만장한 내 삶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 010-5349-8026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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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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