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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삶 딛고 10년째 자원봉사 국태현씨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줄 때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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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위기를 봉사로 극복한 자원봉사자 국태현씨.
그는 "수화와 점자를 배워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인생을 낭비하며 살았구나…."

 10년 전 중견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던 국태현(바오로, 65, 서울 서초동본당)씨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역 계단을 오르며 탄식했다. 숨이 차 올라 계단 한 쪽에 서서 숨을 고르던 국씨는 건강한 노인들을 바라보며 스스로 삶의 패배자라고 여겼다. 췌장암 의심 판정을 받은 그는 당뇨병, 만성간염, 십이지장염 등을 앓고 있었다. 간에 종양까지 발견된 데다 소화기관도 성한 곳이 없었다. 의사는 그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길어야 1년.

 그는 대학생 때부터 술에 젖어 살았다. 음주운전도 숱하게 했다. 집안 곳곳에 술을 숨겨놓고 몰래 홀짝 들이킬 정도로 술은 삶의 기쁨이었다. 지인이 안색이 안 좋다며 병원에 가보라 한 날에도 그는 술 냄새를 풍기며 진료를 받았다. 100m 이상 걸어본 적도 없다. 가족 동반으로 속리산에 갔을 때는 정상까지 올라가자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돈을 줄테니 망원경으로 보라"고 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그는 매일 밤 죽는 꿈을 꾸며 식은땀을 흘렸다. 비록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특별히 죄를 짓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생이라는 `시간의 선물`을 술로 흘려보낸 대가는 처절했다. 그는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 저를 살려주시면 남은 인생은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그는 `직업`을 바꿨다. 회사를 그만두고 운동을 시작했다. 봉사를 하려면 건강을 되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받은 그는 7년간 서울성모병원 자원봉사센터 팀장을 지내며 신입 봉사자 교육을 맡았다. 쪼그리고 새우잠을 자는 환자 보호자들을 위해 통증을 완화하는 안마술도 배웠다. 그는 지금도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 침대 시트를 갈아주고, 환자복을 갈아 입힌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재해재난봉사단장도 맡은 그는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바로 현장에 출동한다. 지난 여름, 우면산 산사태 발생 당시 그는 제일 먼저 달려가 복구작업에 필요한 물품을 확보했다. 덕분에 복구작업은 원활히 진행됐다. 그가 건설현장에서 자재와 인력을 배치하고, 관리ㆍ진행해온 경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는 10년 가까이 병원과 무료급식소, 수해 복구현장 등을 누비며 베테랑 봉사자가 다 됐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초구자원봉사센터로 출퇴근하며 하늘 재물창고에 보화를 쌓고 있다. 그는 행안부 장관상도 받았고 건강도 회복했다.

 "봉사는 결국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남에게 기쁨을 줄 때 내가 진짜 살아 있다는 걸 느껴요."

 그는 "참된 봉사는 내가 가진 몸과 시간을 희생하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봉사를 통해 기쁨이라는 재산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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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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