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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공동체 리더 바카만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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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께서 이주민들을 위해 살라는 소명을 주신 것 같아요."
줄리엣 바카만테씨는 국내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에겐 큰엄마 같은 존재다.
 
 
   11월 27일 전북 정읍 전주교구 시기동성당 마당.

 정읍 이주민공동체 필리핀 신자들의 웃음소리와 타갈로그어가 마당을 메웠다. 미사 후 열린 이주민들의 다과모임에서다. 30여 명의 신자들 사이에서 정읍 이주민공동체 리더 줄리엣 바카만테(Juliet Bacamante, 46)씨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음식을 건넸다.

 "필리핀 전통 떡 한 번 먹어보세요!"

 바카만테씨는 공동체에서 큰엄마 같은 존재다. 이날도 격주로 미사를 집전해주는 필리핀 출신 나윌리(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신부의 송별회를 바카만테씨가 주도했다. 작은 체구에도 공동체를 척척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한국생활 10년차 선교사 경력이 묻어난다. 바카만테씨는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평신도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

필리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봉사하는 삶 살고 싶어 선교사 선택
1998년 입국…이주민들의 `큰엄마`


 바카만테씨는 16년 전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재직 중 메리놀외방선교회로 달려갔다. 예수님처럼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 무작정 교사직을 그만두고 선교사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선교회에서 제공하는 선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게 시작이었어요. 필리핀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과 산골 공소에 들어가 선교활동을 하며 살았죠."

 그리고 몇 년 뒤인 1998년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지부를 통해 한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시작했어요. 한국에 도착하고 3년간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만 배웠어요. 당시 서울 봉천동의 한 가정집에 머물렀는데, 1년 동안 김치가 입에 맞지 않아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도 지금은 아주 맛있어요. 한국사람 다 됐죠."

 그는 서울 혜화동, 경남 창원, 강원 춘천 등의 이주민공동체에 머물면서 이주민들의 신앙생활을 도왔다.

 "춘천에선 이주민 대부분이 공장 노동자들이라 미사 참례율이 높았어요. 일이 끝나면 바로 미사에 참례하고, 친교모임에도 곧잘 나왔기 때문에 금세 분위기가 활발해졌죠. 정읍은 한국 남편을 둔 필리핀 여성들이 많은데 가정을 돌보느라 신앙생활에 어려움이 많아요."

 그가 가는 곳마다 공동체는 웃음과 생기를 되찾았다. 기도모임부터 야유회까지 오로지 이주민 공동체를 위해 애쓴 결실이다. 공동체만을 돌보며 지내다보니 결혼시기도 놓쳤다.

 그의 선교사적 열정은 학문으로도 이어졌다. 2005년 선교사 활동을 잠시 접고 신학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모국으로 돌아갔다. 신앙을 제대로 알아야 이주민들을 더 위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마닐라 아테나오대학 내 동아시아사목연구소(East Asian Pastoral Institute)에서 아시아 각국 수도자들과 섞여 신학공부에 매달렸다.

 "타 문화권 신앙공동체 사목에 대해 공부했어요. 신앙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간이었죠. 그곳에서 한국 신부님과 수녀님을 만난 덕분에 한국과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어요."

 그는 지난해 겨울 시기동본당 주임 권이복 신부 권유로 정읍에 오게 됐다. 그는 요즘 이주민 가정을 방문해 기도모임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본당 부설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도 가르친다.

 "한 필리핀 여성이 딸 유아세례를 받는 날 갑자기 불참한 일이 있었어요. 남편이 못 가게 했다는 거예요. 또 일터에선 이해심이 부족한 고용주들이 이주민들의 신앙생활을 보장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답답한 현실 때문에 가정을 박차고 잠적해 버리는 여성도 있어요."

 바카만테씨는 그럴 때마다 그들을 찾아가 공동체 안으로 이끌었다.

 문화와 국경을 넘나들며 선교사 사명을 이어가는 바카만테씨는 대림시기 소망을 털어놨다.

 그는 "타지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신앙생활만큼은 수월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이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반기는 타 종교로 가버리는 일이 없도록 교회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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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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