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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주일에 만난 사람] 무료급식소 봉사 서정기·정철씨 형제

노숙인들 안에서 예수님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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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넘게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서정기(오른쪽), 정철씨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백영민 기자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시장 안에 있는 무료급식소 하상 바오로의집.

 서울 전역에서 몰려든 노숙인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을 입 안에 떠 넣는다. 라디오에선 해바라기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흘러 나온다.

 노숙인들 사이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바쁘게 오가는 두 남자가 있다. 서정기(보니파시오, 63, 의정부교구 퇴계원본당)ㆍ정철(라파엘, 60, 서울 가락시장본당)씨 형제다. 서씨 형제는 무료급식소에서 식재료를 나르고, 배고픈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지 21년이 됐다.

 아픈 이들은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보내고, 잘 걷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손을 잡아 배웅도 해줬다. 옷차림이 남루한 노숙인에게는 새 옷으로 갈아 입혀 보냈다. 술 취해 행패를 부리는 노숙인들에겐 군기반장 역할을 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는 성경구절이 와 닿아서 이렇게 지금까지 봉사를 하게 됐어요. 노숙인들 안에서 예수님을 찾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허허"(형 서정기)

 서씨 형제는 1990년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봉사를 시작했다. 함께 건어물 장사를 한 이들은 점심시간마다 틈틈이 급식소에 들러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건어물 가게보다 급식소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났다.

 "주위 사람들이 미쳤냐고 했어요. 돈 벌러 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생업은 전폐하고 봉사만 한다면서…."(형 서정기)

 동생 서씨는 "손에 쥐고 있던 욕심을 내려놓고 봉사에 전념하니 삶이 더 행복해졌다"면서 "내 능력으로 하느님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게 기쁠 따름이다"고 말했다.

 동생은 암투병 중이다. 머리카락이 다 빠졌다. 2003년 간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다 간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그런데 최근 암이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투병생활을 시작하면서 건어물 가게는 정리했지만 봉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는 병도 친구 삼아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느님 빽이 든든해 걱정없다"고 했다.

 그는 3년 전, 급식소 수녀들과 본당 교우들 도움으로 돈 걱정 없이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 후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하느님이 도와주신다는 확신이 생겼다.

 "전 마냥 웃을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의 기도로 살아 있으니까요. 이 나이에 이렇게 좋은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행복합니다. 아프다고 집에서 쉬면 더 아플 것 같아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 5일 하루 10시간을 봉사하는 이들은 "우리 맘대로 될 일은 아니지만 훗날 동생이랑 손 잡고 하느님 나라에 가고 싶다"며 "몸이 건강할 때까지 노숙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생 서씨가 1624시간 자원봉사활동으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장시간 활동 자원봉사상`을 받은 데 이어, 형이 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같은 상을 받았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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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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