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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노숙인과 장애인 꿈을 담은 나자로의 집 꿈드림 택배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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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 힘이 돼주며 함께 걷는다. 뒤쳐지는 사람이 있으면 앞에서 끌어주고, 뒤어서 밀어주면서. 삶의 여정을 함께 걷는 이들의 이야기, `아름다운 동행(同行)`을 연재한다.


 
▲ 꿈드림 택배사업단 직원들. 아파트 단지를 신속하게 누빌 수 있는 소형 승합차를 장만하는 게 이들의 새해 소망이다.
왼쪽부터 김남인, 정효권씨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
 
 
 2011년 12월 28일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단지.

 한차례 배달을 마친 택배 배달원 김남인(45)씨가 빈 손수레를 끌고 언덕길을 오른다. 저 멀리 아파트 지상 주차장 한쪽에 쌓여 있는 택배물을 지키던 정효권(26)씨가 반갑게 손을 흔든다.

 흔히 볼 수 있는 택배 배달원들 일하는 풍경이다. 하지만 김씨는 2년 전만 해도 서울역 대합실에서 노숙생활을 했다. 정씨는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이다.

 두 사람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자로의 집 보호작업장(원장 김용주)에서 처음 만났다. 나자로의 집이 노숙인과 장애인 자활을 위해 2010년 시작한 꿈드림 택배사업단에 뛰어들었다. `인생 2막`을 열기 위해서다.

 김씨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장애인을 직접 만난 건 처음"이라며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아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여느 사람들과 큰 차이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정씨는 배달을 하는 사이에 택배물을 지켜주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료다. 이들은 택배회사 차량들이 단지 한 쪽에 물품을 내려놓고 가면 그걸 동호수 찾아 집집마다 배달한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며칠 해보니까 장애인과 손발을 맞춰가며 언덕 많은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니는 게 힘에 부쳤다. 김씨는 처음 한 달간은 "때려치워야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장애인 정씨는 동료라기 보다 하나라도 더 챙겨줘야 하는 어린 막냇동생처럼 느껴졌다.

 김씨는 "함께 배달을 나가면 단지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정씨가 길을 잃을까 봐 늘 신경을 쓴다"며 "그래도 동료가 생겨 든든하고, 다시는 노숙생활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월급날이 가장 좋다"는 김씨는 지금 꿈드림 택배사업단 책임을 맡은 조장이다.

 정씨에게도 김씨는 첫 번째 비장애인 동료다. 정씨는 "작업장에서 물품조립을 하는 것보다 밖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보며 일하는 게 훨씬 좋다"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재미난 얘기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정씨도 큰형님 같은 김씨가 땀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꿈 하나를 갖게 됐다. 직접 택배물을 배달하는 것이다.

 노숙인과 장애인의 꿈을 담은 택배사업단은 모범 자활기관으로 선정돼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노숙인 출신 근로자 5명과 장애인 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배달을 다 마치고 근로자들이 모였다. 강추위에 코끝과 귓불이 빨갛게 얼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싫은 기색이 없다.

 한 사람이 "날도 추운데 어묵이나 한 꼬치 먹고 가자"고 제안했다. 얼어붙은 배달원들 얼굴에서 웃음꽃이 핀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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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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